지난 11일 미국 증시의 급락 주요 동인이 미국 국채 수익률의 상승이었다면, 이번 충격의 지분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상당 분을 차지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체인 내에서 이름값이 높던 기업들이 줄줄이 실적둔화 우려를 제기하며 지수 하락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화요일 캐터필러와 3M이 산업재의 고된 비용환경을 토로했고, 수요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IT 섹터의 업황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들의 공통된 근거 중 하나는 미중 무역분쟁 이슈를 꼽고 있다. 미국 주도 기업들 상당수가 두 섹터에 포진되어 있음을 고려한다면, 무역분쟁의 장기화에 따른 악영향이 미국 본토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당 영향을 실제 두 눈으로 목도했다는 점은, 그간 막연한 우려로 그칠 때보다 시장 파급 효과 또한 적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다. 글로벌 경제의 양대 축을 담당하는 두 국가가 이제 공히 소음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단일 악재로 분류해도 그 체급이 작지 않은 외부 변수 또한 아직 진행형이다. 이탈리아의 재정 문제가 그렇고 사우디와 서방국가 간의 갈등 비화 문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전자는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을 가져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후자는 사우디의 석유 무기화에 따른 오일 충격 위험이 잠재돼 있다. 일단은 수습으로 방향을 진행하는 모습이나, 무역분쟁과 마찬가지로 해결에 이르기까지 상당기간을 소요할 전망이다. 더불어 역외의 달러 수급을 나타내는 런던은행 간 금리인 리보(LIBOR)와 미국 내 주요 단기금리 지표가 상승하고 있단 점도 부담이다. 실제 미 연준의 금리인상과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가 함께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 재무부의 채권 발행도 적지 않다는 점은 그만큼 달러 수급이 꽤 타이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지한다.

글로벌 증시 대다수가 주요 이평선을 이탈하면서 다음 지지 레벨 찾기가 현재 투자자들 사이에 주된 관심이다. 그러나 이미 전통 재무학적 판단보다 행태 재무학적 영향력이 앞선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에 근거한 바닥 찾기 과정이 쉽지 만은 않다.

시장 방향전환을 가늠하려면 지난 수년간 '거의 모든 것의 원인'으로 기능을 한 달러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 무역분쟁을 비롯한 다양한 악재의 영향은 달러 강세로 표출되고 있고, 이는 미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를 포함한 신흥시장 소속 국은 달러 유동성의 과부족에 따라 경제환경이 좌지우지됨을 고려할 때, 달러 강세의 해소 여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특징적인 것은 최근 소동에도 달러-원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낮다는 점이다. 이는 이후의 전개에서 국내 증시의 차별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로 충분히 해석될 소지가 있다.

/송종화 삼성증권 창원WM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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