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시설 확충 잰걸음에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 개선
과속방지·구간단속체계 등 26억 원 투입해 시설 보완
위험물관리법·운수사업법 개정은 여전히 추진·검토
"사고 예방 위해 지입제 없애야" 운수노동자 처우개선 요구

창원터널 참사가 1년을 맞았다. 당시 기름을 싣고 가던 트럭이 사고를 내 폭발하면서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지난해 11월 2일 낮 1시 26분께 ㄱ(76) 씨가 운전하던 5t 트럭이 터널을 빠져나와 내리막길을 달리다 중앙분리대를 충돌했다. 트럭에 실린 인화성 물질이 든 드럼통 196개(200ℓ 22개, 20ℓ 174개)가 도로에 떨어지면서 폭발했고, 주행 중이던 다른 차량 화재로 번지면서 인명 피해가 컸다. 경찰은 교통사고 원인을 차량 노후에 따른 브레이크 제동력 상실로 결론지었다.

도로시설 문제, 안전장치 미흡, 과적, 위험물 적재, 고령운전자, 지입제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발생한 사고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사고를 되짚어보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본다.

▲ 지난해 11월 2일 오후 발생한 창원시 성산구 창원터널 부근 도로에서 발생한 자동차 사고 현장 모습. 맨 왼쪽 트럭이 유류를 싣고 가던 5t 화물차. /경남도민일보 DB

◇시설개선은 했다지만 = 창원터널 인근 사고 이후 정부와 경남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치단체는 시설 개선에, 정부는 제도 개선 쪽에 무게를 두고 보완책을 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고, 보완책 마련은 더디다. 경남지방경찰청이 밝힌 최근 4년간 창원터널 주변 교통사고 현황(창원시 성산구 삼정자교차로∼김해시 대청동 상점교차로 구간)을 보면, 2014년 15건(사망 2명, 부상 27명), 2015년 11건(부상 26명), 2016년 16건(부상 32명), 2017년 18건(사망 4명, 부상 20명), 올해 8월까지 13건(부상 26명)으로 집계됐다.

경남도는 사고 직후 창원시, 김해시, 경찰, 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창원터널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지난해 12월 사고 예방을 위해 시설 개선을 중심으로 한 계획을 밝혔다.

터널 내부 화재 시 대처방안, 교통안전시설 확충, 비상시 우회방법 등 교통운영체계 개선 등 우선시행 21건, 적극검토 9건, 장기검토 7건 등 37건의 안을 제시했다. 차량 사고 및 정체 시 운전자 사전인지 시설이 부족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전광판 추가 설치, 터널 포함 구간단속 시스템 적용이 우선 시행됐다.

창원시와 경찰은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제동력 상실로 사고가 일어난 만큼 사고 지점 부근에 미끄럼 방지시설, 노면 표지병 설치 등을 했다. 더불어 창원시는 사고예방을 위한 시설개선사업에 올해 26억 원을 투입했다.

주요 사업은 △회차로시설 2개소 △돌출형 차선도색 등 졸음방지시설 △전광표지판(VMS) 4개소 △구간 무인단속시스템 설치 등이다. 내년에는 △터널 내 평균속도표출 등 과속방지시설 △재방송설비 설치 등을 할 계획이다.

◇핵심 '제도 개선'은 더뎌 = 행정안전부는 올해 4월 창원터널 위험물 운반 화물차 화재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원인으로 △과적 운행 및 적재 불량(소방청, 국토부) △운전자 연령 및 사고 경력 고려 자격기준 미비(소방청, 국토부) △도로시설 및 안전장치 미흡(창원시)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관련 기관에서 기준 마련, 자격 기준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소방청은 위험물 운반 시 과적 세부 기준, 위험물 운전자의 자격, 교육 의무화 등을 담은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자동차 운송법 등 다른 법령에 과적하지 말라는 부분이 있지만, 위험물 관리법에는 이 부분이 없다. 위험물 과적에 대한 부분을 적시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위험물 운전자의 자격, 교육 의무화로 보고 있다. 자격을 갖춘 사람이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시행 규칙에 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고령 및 사고 경력 운전자에 대한 강화된 기준, 위험물 적재 관련 기준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주요 내용은 고령 주기에 따라 검사 주기를 단축, 65세 이상 70세 미만 운전자 3년에 1번씩 자격 유지 검사, 70세 이상 1년에 1번씩 자격 유지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 위험물 운반 시 적재기준을 강화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적재 화물이 이탈하면 운송사업자에게 1차 위반 시 차량운전 정지 30일, 2차 위반 시 60일, 3차 위반 시 90일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전에는 1차 위반 시 15일, 2차 위반 시 20일, 3차 위반 시 30일이었다.

◇운전자 처우 개선도 필요 = 화물차 운전자들은 창원터널 참사와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시설과 제도를 바꾸는 것과 더불어 노동 여건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다단계 하청 구조를 낳는 지입제는 전혀 바뀐 부분이 없다고 했다. 지입제는 운수회사에 개인 소유 차량을 등록해, 일감을 받고 보수를 받는 형태다. 일감을 받으려면 화주사, 운송사, 주선사, 알선업체 등을 거쳐서 화물 운수노동자에 이르게 된다. 단계를 거치면서 수수료 발생이 커지고, 이를 보완하고자 과적, 장시간 운전, 과속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김재광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교육선전국장은 "고령 운전자 검사 강화 이외에 현장에서 사고 이후 변화를 체감하는 부분은 없다. 지입료 폐지를 요구하지만, 최근 지입료가 더 올랐다. 소개를 거칠 때마다 수수료가 떼이니 남는 게 없다. 올해는 기름값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화물 운송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표준운임제 도입을 요구했지만, 최근 3년 한시법으로 도로안전운임제가 마련됐다. 표준운임제는 거리, 구간, 업태, 업종에 따라 표준 운임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도로안전운임제도 비슷한 내용이긴 하지만, 컨테이너, 시멘트 원료 차량에 한정돼 3년간만 시행된다는 문제가 있다. 전 품목에 상시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운송료 저가 경쟁 구조에서 현재처럼 '탕 뛰기'(화물을 빨리 내려놓고 가는 것)하는 실정에서는 물건 고정을 제대로 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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