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모터 교체 마무리 안 한 채 영업"
유족, 수사 불만…장례식 연기
국과수 사인·감식 결과 주목

의령군 의령읍 혜성사우나 감전 사망사고는 어떻게 발생했을까.

목욕탕 사망사고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사망원인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기도 해 〈경남도민일보〉는 경찰수사 상황이긴 하지만 이를 자세히 진단하기로 했다. 의령읍 내 다른 목욕탕이 사고장소로 오해되는 점을 감안해 본보는 사고 목욕탕을 실명 게재한다.

사고발생 5일이 지난 28일 현재 유족들은 업주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탕 속에서 온몸에 강한 전류가 흘러 2명이 사망했는데도, 정작 업주는 "아직 목욕탕을 열면 안 된다"는 전기업자의 말을 무시한 채 고객을 입욕시켰다는 것이다.

현재 유족들은 경찰의 초동수사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장의 버스를 타고 경찰서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장례식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 의령군 의령읍 혜성사우나 앞. 업주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감전 사망사고는 지난 23일 오전 5시36분에 발생했다.

당시 사우나 남탕에는 손님이 10명 정도 있었는데, 한두 사람은 탕에 발을 담그는 순간 전기 흐름을 알고 탕 속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냉탕 안에 있던 김모(73) 씨와 온탕의 오모(69) 씨는 순간 '악' 소리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

사고 발단은 사우나 측이 전날인 22일 남탕 마사지 수압을 올려주는 지하보일러실 전기모터 교체작업을 벌인 점이다. 그런데 누전 또는 배관 누수작업을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영업을 재개한 탓이라는 게 전기공사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유족들은 망연자실해 하면서도, 사우나 업주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지난 25일 유가족 20여 명은 항의의 뜻으로 장의 버스를 타고 의령경찰서를 찾았다.

유가족들은 "사우나에서 감전사고로 무고한 인명이 2명이나 희생됐는데도, 가해자인 업주는 어떠한 책임 있는 행동도 보이지 않은 채 사건이 조용히 종료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유족은 또 업주와 공사 관계자들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들은 "전기공사 후 안전점검도 하지 않고 무리한 영업을 강행해 무고한 인명을 두 명이나 살해한 사업주를 불구속 수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찰은 살인죄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수사를 통해 사건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커지면서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번 사건을 직접 맡기로 했고, 현재 전기업체 관계자를 비롯해 주변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다음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인 감정을 의뢰해 조만간 정확한 사인이 밝혀질 전망이다. 국과수와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진행 중인 감식 결과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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