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5위…ICT 수용성 등 경쟁력 갖춰
비판적 사고·다양성·모험성은 하위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국가경쟁력'은 "국제 경제환경 속에서 한 나라의 경제주체(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다른 나라와 경쟁하여 이길 수 있는 총체적인 능력"이라고 한다. 군사력ㆍ외교력은 배제하고,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경제환경·기술력·문화력 등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IMD)과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있는데, 이 중 세계경제포럼이 2018년도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지난 17일에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0개 국가 중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15위이다. 미국은 1위, 독일은 3위, 일본은 5위, 영국은 8위, 프랑스는 17위, 중국은 28위에 각각 올랐다. 부존자원ㆍ인구ㆍ영토 등에서 열세인 우리나라가 강대국을 뒤로하고 15위에 오른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경제포럼은 제도·인프라·인적자원·시장·혁신생태계 등 98개 다양한 지표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혁신 관련한 투자, 인프라 등의 생태계에서 우수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가입자 수, 인터넷 사용 등을 종합한 '정보통신기술(ICT)의 수용성'은 세계 1위로 평가됐다. 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중, 인구 1만 명당 특허출원 건수 등을 종합한 '혁신역량'은 세계 8위로 평가됐다.

반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혁신의 의식·문화 지표에서는 우리나라를 하위권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대표적인 하위권 지표가 교육에서 비판적 사고(세계 90위), 근로자의 다양성(세계 82위), 위험감수 성향(세계 77위), 권한위임 의지(세계 88위) 등이다. 이 지표들은 세계 15위의 국가경쟁력과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순위이며, 향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집중적으로 개선할 지표라 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의 취약성은 학생 개인의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보다는 교사 주도의 암기식 교육에 치중한다는 의미이다. 교육 여건이 우리와 비슷한 아시아 국가 중에서 싱가포르(21위), 중국(24위), 대만(65위), 일본(70위) 조차도 우리보다 높은 비판적 사고 교육에 기반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교육과 수업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근로자의 다양성이 취약하다는 것은 몇몇 엘리트 학교 출신의 대한민국 남자들만이 조직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인력의 순혈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은 남자와 여자, 내국인과 외국인, 다양한 학교와 전공자들이 뒤섞여 있는 조직이 훨씬 더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위험감수 성향이 낮다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모험적인 투자와 시도보다는 예측가능한 안정적인 업무만을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모험적인 기업가 정신이 없다면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혁신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쪽박을 면할 수 있을지언정 대박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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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표들은 경제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하는 '하드파워'가 아니라, 의식ㆍ문화에 관한 '소프트 파워'라 할 수 있다. 이들 소프트 파워 지표는 과학기술의 발전과도 매우 연관성이 높다. 비판적 사고는 과학기술의 창의적 발상과, 근로자의 다양성은 연구개발의 개방(오픈 이노베이션)과, 위험감수 성향은 모험적인 원천연구 추진의 동력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하드웨어적인 거대 투자와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지만, 비판력ㆍ다양성ㆍ모험성 등의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함께 인지하고 제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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