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오래된 것만은 확실하다. 국회의원이 TV에 나오면 무조건 채널을 돌리는 버릇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국정감사 시즌에는 보지 않는 게 신상을 위해 좋다. 3초 이상 보고 있노라면 분노조절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과 주장이 뒤섞여 뒤죽박죽 난장판이 되는 국감장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그 존재의 가벼움을 견뎌내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허풍에 가까운 주장은 물론 때때로 초딩 수준의 우기기와 땅콩회항보다 더한 피감기관을 향한 갑질을 보고 있노라면 헛웃음이 나온다. '국민이 우스운가?' 모욕감마저 느낀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진짜 왜 저러는 걸까?' 초딩보다 못한 국회의원들의 수준 없는 행동을 술자리에서 논한 적이 있다. 대략 3가지 정도 행동패턴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튀어야 사는 유형'이다. 일명, 김진태 버전이라고 부르고 싶다. 국감장에 벵갈 고양이를 대동, 대전시립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푸마를 두고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과잉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질의를 했다. 죽은 푸마를 위해 살아있는 벵갈 고양이를 희생시킨 김진태 의원에게 동물 학대가 아니냐는 고급진 비난을 하지 마라. 별 의미 없다. 푸마와 남북정상회담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앞뒤 맥락 있는 질문도 하지 마시라! 튀어야 사는 국회의원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반짝 스포트라이트다. 국감의 본래 목적은 잊은 지 오래,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그저, 튀어야 산다! 시선만 끌면 그만이다.

두 번째는 '저럴 거면 왜 불렀을까?' 유형이다. 질문도 답변도 혼자 다 하는 셀프형 혹은 원맨쇼라고 불러도 좋다. 대표적인 인물로 장제원 의원을 뽑을 수 있다. 일단 질문을 하는데, 답변을 듣지 않는 게 특징이다. 질문을 길게 늘어놓고, 답변 시간을 주지 않는 전략을 구사한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꽹과리까지 치다 약 30초 정도의 시간을 두고 아슬아슬하게 말한다. "답변하세요!" 하지만 이마저도 "그만하세요!"로 막는다. 그러면서 '건방진' '오만불손' '엄중 경고' 따위의 임팩트 있는 꾸지람을 잊지 않는다. 피감기관의 답변을 듣지도 않을 거면서, 국감장에는 '왜 불렀을까?' 민망함에 머쓱해 하는 피감기관과 우쭐해 하는 국회의원들의 대조되는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코미디가 따로 없다.

세 번째 유형은 '예의 따윈 개나 줘버린' 국회의원들이다. 일명 갑질 국회의원들이다. 이들은 일단 반말과 싸가지 없는 말투를 기본으로 깔고 시작한다. '내가 바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다!' 우주최강의 건방진 포스를 뽐낸다. 이유 불문, 나이 불문! 고성과 막말로 걸리면 무조건 팬다는 식의 무소불위 권력을 보여준다. 국민의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국회의원, 누가 그들에게 막가파 권력을 주었는가? 나는 결코 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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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은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서 정책과 예산을 감사하고 견제하는 자리이다. 국민의 삶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래서 국민의 입맛에 맞게 국감 준비를 잘한 의원들은 스타로 뜰 수 있다. 그 옛날 노무현, 이해찬과 같은 국감 원년스타는 물론, 이후에도 많은 국감 스타들이 배출됐다. 하지만 오늘 현실은 다르다. 품격 높은 드라마 대신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친다. 단체로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파행을 유도하는 '벌떼형', 가짜 정보를 버젓이 사실로 둔갑시키는 '혹세무민형', 막말 고성을 넘어 몸싸움도 불사하는 '조폭형'의 국회의원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국감의 목적은 점점 사라지고, 아무 말 잔치를 벌이는 국회의원들을 볼 때마다 나는 다짐한다. 2020년, 복수를 계획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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