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발연 연구보고서 통해 제안
"맞춤형 임대 방안 검토"지적

창원시 마산합포구 도심 골목. 한 주택은 입구를 찾기 어렵다. 앞에 각종 폐자재와 쓰레기가 쌓여 있다. 대문 사이로 내부를 얼핏 살펴봐도 사람 온기 없어진 지 오래임을 알 수 있다. 이웃 주민은 이렇게 방치된 지 10년 가까이 돼 간다고 했다.

'빈집 문제'는 농촌지역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지역 곳곳 역시 닥쳐온 현실이다. 이제는 미분양아파트, 매매·전세 수요 부족에 따른 공실까지 겹쳤다. 이 때문에 '빈집 문제'는 폐가 등의 개별 활용 차원 아닌 '주택정책·인구유입'이라는 큰 틀 속에서 접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경남에서는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빈집 문제'를 전체 주택시장과 연계한 연구보고서가 도내에서 처음으로 나와 주목된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방치된 한 주택 모습. '빈집 문제'는 도시지역에도 눈앞에 닥쳐온 현실이다. /경남도민일보 DB

경남발전연구원 주희선 연구위원은 최근 <경남도 빈집실태와 대응방안> <경남도 노후주거지 및 빈집 실태분석과 재생방안> 연구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했다. 이들 보고서는 도내 상황을 체계적으로 반영한 첫 사례로 '경남 빈집 활용 논의'에 불을 지폈다.

'빈집 개념'은 각종 조례·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조차 혼동을 빚는 분위기다.

경남도 조례는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으로 정의해 놓았다. 경남도는 지금까지 주로 '농촌 혹은 도심형 쇠락지 폐가'를 범주로 삼았다. 이에 도내 빈집 데이터를 '1만 가구 이하'로 잡고 있었다.

반면 이번 보고서는 아파트 미분양 등을 포함한 넓은 개념으로 접근했다. 보고서는 2015년 기준 전국 빈집은 106만 호, 이 가운데 경남이 9만 868호라고 밝혔다. 도내 빈집 비율이 8.7%로 100곳 가운데 8~9곳은 비어있다는 의미다. 빈집 사유를 보면 △이사에 따른 공실 39.0% △일시적으로만 이용 33.6% △미분양·미입주 14.6% △폐가 8.3% 등이었다.

이에 보고서는 아파트·단독주택·노후주택별 진단·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아파트에 대해 '김해시는 인구 유입을, 창원시는 유출을 막기 위해 경쟁적 주택건설로 공급과잉을 초래했다'고 예를 들며 '결국 도시 빈집 문제는 주로 아파트 미분양·미입주 등 새로운 주택공급에 따른 이주·공실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존 미분양주택을 리모델링해 청년·신혼부부·중기취업자들에게 중장기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독주택에 대해서는 '1주택에 3~4가구가 거주하다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저소득층 가구, 빈곤층 청년주택, 중소기업 노동자 주거지원 등 맞춤형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만하다'고 했다.

노후주거지 빈집에 대해서는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방치된 빈집이기에 붕괴위험 및 우범지대 전락 우려가 있다'며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한 활용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체계적인 실태조사에 따른 빈집정보시스템 운영 △빈집 분류의 기준·유형을 마련해 지역 재생 자원으로 활용 △시·군별 맞춤형 조례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희선 연구위원은 "빈집이 발생한 원인, 그리고 인구학적·입지적·물리적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집 문제' 또한, 지자체가 주택시장 공급·수요 측면, 그리고 인구 전출·입 상황 등과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이제는 무분별하게 새로 짓기만 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가 남은 빈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먼저 '빈집 쇼크'를 겪었다. 주로 도시는 주택공급 과잉, 농촌은 인구 감소에 다른 문제다. 이에 각 지자체는 '빈집 은행 제도 운용' '저소득층에 임대주택으로 제공' '소규모 보육원과 같은 공적 공간 활용' 등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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