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명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일어났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 강의 도움을 받았고, 그리고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의 도움에 힘입었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의 강은 상류는 얕고 바위투성이었고 바람조차 북쪽에서 불었다. 때문에 일일이 사람들이 강둑에서 배를 끌어줘야 했기에 그 지역에서 만들어진 배라고 해봐야 평범한 작은 배밖에 없었다.

반면 나일강은 달랐다. 나일강은 카이로 근방의 삼각주 지역으로부터 아스완에 있는 제 1폭포에 이르기까지 길이 800㎞가량 되는 넓고 탁 트인 교통로를 제공해주는 완벽한 수로였다.

나일계곡 주민들은 지역을 연결해주는 나일강 덕분에 크고 작은 다양한 형태의 배를 만들었고, 또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항해 장치인 돛을 사용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 때가 기원전 3000년 경이었다.

<고대의 배와 항해 이야기>는 배 발전사의 세계적 권위자인 뉴욕대 교수 라이오넬 카슨이 들려주는 배 발달사다. 저자는 해양 고고학자들이 발견해낸 여러 가지 사실들과 최근의 배 복원작업을 바탕으로, 고대에 배를 만들고 사용한 방식들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당대의 문자기록, 수많은 해전과 무역·원정 등에 관한 그림과 조각들을 다채롭게 동원해 고대인의 항해의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갈대를 엮어 만든 뗏목·가죽 주머니·단지 같은 아주 소박한 것에서 출발한 항해의 역사는 고대에 이미 그리스의 3단 갤리인 ‘트라이림’같은 정교한 배를 거쳐 오늘날의 항공모함만큼이나 거대한 갑판 면적을 가진 프톨레마이오스 4세의 ‘40단선’같은 초대형 갤리가 나오기에 이른다.

‘엄청난 힘을 지닌 강력한 파도가 그의 배를 덮쳐 한바퀴를 돌게 했다/ 그는 단단히 붙잡고 있던 키를 놓쳐 버리고 배밖으로 튕겨나갔다/ 소용돌이치는 무서운 돌풍이 중간에 있는 돛대를 부수고/ 활대와 돛을 바다 속으로 쓸어가 버렸다.’(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중)

호메로스가 묘사한 폭풍부분이다. 호메로스가 시적 상상력만 동원해서 이렇게 쓴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나일강의 환경에 맞게 고안된 돛이 어떻게 넓은 바다의 강풍과 파도에 맞설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갔는지를 짐작케해주는 이야기다.

이처럼 책은 원시적인 배들에서 그리스의 막강한 트라이림 전함, 로마 시대의 거대한 상선들, 바이킹의 날렵한 갤리에 이르기까지 배의 다양한 발전사를 자세하게 추적한다. 단 주로 기술사적 접근이다. 문화사적 측면까지 아울러지진 못했다.

하지만 당대의 문자기록·해전과 무역 등에 관한 그림과 조각들을 다양하게 동원하며 고대의 배와 항해의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낸 점은 이 책의 장점이라는 평가다. 라이오넬 카슨 지음. 김훈 옮김. 280쪽. 가람기획.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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