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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진상' 아이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

게임·패드립·폭력에 노출된 학교 현장
인권 감수성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윤병렬 창원 삼계중 교사 webmaster@idomin.com 2018년 10월 25일 목요일

교실 창밖에 보이는 먼 산 나무들은 겨울 채비가 한창입니다. 운동장 주변 나뭇잎들도 알록달록 예쁜 단풍으로 물들어갑니다. 은은한 향기로 교정을 감쌌던 은목서, 금목서 꽃은 제 역할 다한 듯 꽃잎 모두 떨궜습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가을은 참 예쁩니다.

오늘은 자욱한 아침 안개 뚫고 조금 이른 시간에 출근했습니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 챙겨볼 요량으로 평소 때보다 빨리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책상 위 또는 교탁 위에 걸터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불을 켜지도 않은 채 고개 숙이고 뭔가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입니다. 선생님이 가까이 다가가 어깨 두드릴 때까지 주변 인기척을 느끼지도 못합니다. 알고 보니 아침 일찍 등교한 아이들 대부분은 게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게임 못하게 하면 어떤 아이들은 대놓고 짜증 섞인 말을 내뱉기까지 합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 반응입니다. 아침 잠 설쳐가며 일찍 온 이유는 오로지 게임이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자리 비운 틈엔 학생들 사이에 아주 심한 욕이 오갑니다. 욕이 오가는 중에 발생하는 제일 심한 상황은 '패드립' 치는 경우입니다. '패드립'은 '패륜적 드립'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탄생한 단어라고 아이들이 얘기해줍니다. 부모님이나 조상과 같은 윗사람을 욕하거나 개그 소재로 삼아 놀릴 때 쓰는 말인 듯합니다. 아이들끼리 간혹 '전투'에 가까운 심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상황은 '엄마, 아빠 패드립'이 이유인 경우가 많습니다. '패드립'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뒤늦게라도 깨치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다시 반복해서 '빡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자칫 분노조절 장애의 순간적인 원인으로 비화하기도 합니다. 욱하는 기분으로 상대방을 무한 공격하는 일이 일어나면 학교는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제지하는 교사에게까지 분노가 전이될 때도 있습니다. 교사가 보는 앞에서 막무가내로 주먹질이 오가는 경우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피곤해 보이는 아이들이 제법 보입니다. 일찍부터 피곤한 표정 보인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십중팔구 엎드려 잠을 청합니다. 어떤 교사들은 차라리 '말없이 잠자는 아이들이 고마울 때가 있다' 말하기도 합니다. 뒤돌아보며 떠들거나 앞에 있는 친구를 쉼 없이 괴롭히는 아이들보다 낫다는 말입니다. 또 어떤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 숙제 삼매경'에 빠져있기도 합니다. 성적에 연연하며 시험 때가 가까워지면 안절부절못하는 아이들입니다. 교사 처지에서 보면 이른바 '진상' 아이들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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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세월이 흐르고, 계절이 변하듯 아이들 학교생활 모습은 참 많이 변했습니다. 학교에 맡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학부모들 생각이 지금은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오매불망 자기 자식 잘되기만 바라는 학부모들이 넘쳐납니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리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학교와 교사 입장에선 이런 변화들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더 많습니다. 교권이 침해되는 것 같아 상처받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학생인권조례의 근본 취지와 제정 움직임이 훼손되거나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항간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처럼 입에 담기에도 힘들고 불편한 그런 나쁜 일들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변화를 부정적인 부분만 도드라지게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아울러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인권 감수성은 높아져야 합니다. '진상' 아이들 모습도 변하고,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태도도 함께 변하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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