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미세먼지로 암 투병…11명 이미 사망"
하동화력 대책 마련 소극적
환경부 피해조사 나서 주목

남해 푸른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에 있는 하동군 금성면 가덕리 명덕마을. 여느 시골마을처럼 넓게 펼쳐진 황금 들판으로 가을 정취를 느끼게 했다.

평온해 보이는 마을 풍경과는 달리 이곳 마을에 사는 173가구, 주민 400여 명은 20년 넘게 고통을 받고 있다. 마을 코앞에 하동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명덕마을은 발전소 반경 500m 내에 있는데 가장 가까운 곳은 200m도 안 된다.

1997년 말 하동화력발전소가 가동된 이후 주민들의 삶은 고통 그 자체였다. 하동화력발전소는 1~8호기에서 4000㎿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 하동군 금성면 명덕마을 이용기 이장이 마을에서 하동화력발전소를 가리키고 있다.

조상의 터전인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용기(48) 이장은 오랫동안 마을 주민들이 겪어 온 피해를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먼지 같은 게 창문을 닫아도 방 안으로 들어오고, 쌓인 먼지는 잘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먼지 성분 중에 발암물질도 검출됐습니다. 먼지와 발전소에서 나오는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 수도 없습니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피해 원인은 하동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소음, 수증기, 악취 등이다. 미세먼지 등의 영향 때문인지 마을주민 상당수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과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이용기 이장도 오래전부터 피부병과 심한 비염 때문에 약을 달고 산다.

"피부를 살짝 그으면 벌겋게 발진이 일어나고 심하게 간지럽다. 병원에 갔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더라."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햇빛을 차단해 일조권 침해는 물론 심한 악취도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명덕마을 주민들 암 발생률이 높다. 명덕마을이 자체 조사한 결과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전체 주민 중 20명이 임파선암과 간암, 폐암 등을 앓았다. 마을 전체 인구를 따지면 암 발병률이 5%로 상당히 높다.

호흡기질환을 앓는 마을주민 강정현(61) 씨는 "제가 직접 조사를 했는데 50대 초반의 건강한 주민도 갑자기 암에 걸렸다. 암 환자 중에 11명이 이미 사망했고 9명이 투병 중이어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명덕마을 주민들이 오랫동안 피해를 호소하며 이주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원인 제공자인 하동화력발전소는 소극적이다. 마을주민과 발전소가 부산대에 의뢰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주거환경영향조사에서 피해가 별로 없다는 결과를 근거로 들며 주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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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명덕마을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정부 차원에서 피해 현황 조사에 나선 것. 환경부 산하 환경과학원이 주민 요구를 받아들여 동아대에 의뢰해 발전소 주변 건강영향조사를 하고 있다. 경남도도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환경분쟁 조정이나 정부의 제도 개선 자료로 활용하고자 처음으로 하동화력발전소 주변 지역의 대기질을 측정하는 중이다.

하동화력발전소 주변 지역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비례·사천남해하동 지역위원장) 국회의원이 최근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하동화력발전소 피해 실태를 고발하며 국무조정실 차원의 피해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정부와 경남도, 정치권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명덕마을 주민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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