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승합차…난폭운전 일상
지자체·경찰 철저한 점검 필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이라면 한 번쯤 학원을 다니며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밤 10시, 대부분의 학교 앞은 시끌벅적하다. 지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한 가벼운 발걸음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학교 앞에 늘어선 학원차량들이 금방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지치고 어두운 표정의 학생들은 익숙하게 버스를 찾고 늦은 시각 또 학원으로 향한다.

이렇듯 학원가에는 10시, 시험기간이면 새벽까지 불이 켜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차량을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을 학교 앞으로 태우러 가고 또 학원이 마치면 새벽에 학생들을 귀가시키려고 운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많은 학원차량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부분 학생을 태우는 만큼 차량의 안전은 물론 안전운행, 그리고 운전자 등에 관한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현실은 그것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 학원차량을 타는 학생들 모습. /필통

학원차량을 타 본 학생들이라면 대부분의 승합차들이 노후화되어 있고 운전기사의 난폭운전이 일상화되어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안전벨트 착용을 확인하는 학원차량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운전기사 외 안전요원이 동승하는 경우 또한 없다. 이들 학원차량은 밤늦게 또 새벽에 운행을 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게 되고 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과속과 난폭운전을 하게 되는 환경이 된다.

또한 학원차량 운영형태는 학원에서 직접 운행하는 직영도 있지만 지입·임대 등 외부인이 운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영 차량의 경우에도 학원에서 직접 채용한 운전자가 아닌 위탁 또는 대리 운행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따라서 운전자로서의 자격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나, 학생들과 접촉하는 것이 부적절한 사람이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실제로 범죄자가 채용되거나 음주상태로 운전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기사로 접할 수 있었다.

이렇듯 일상적으로 학생들에게 노출된 위험이지만 학원의 운행차량에 대해서는 경찰서와 지자체, 그리고 학원의 운영에 관한 사항은 교육청이 분담하고 있는 일원화되지 않은 현행 제도도 안전 불감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학원도 있고, 운전기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많은 학생들이 심야 학원차량들의 난폭운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가 일어나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학원은 학원대로, 운전기사는 운전기사대로, 그리고 경찰서와 교육청은 그들대로 현재의 학원차량 운행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이들이 그들의 꿈과 목표를 위해 오늘밤도 학원차에 몸을 맡긴다. 어른들은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학생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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