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거리라는 이름으로 단장한 불종거리가 지난 1년 동안 6번 개보수작업을 하였다고 한다. 탐방객 유치와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 벌인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영업 점포들에까지도 불편을 주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사업이 지닌 원래의 목적과 의미마저 퇴색하고 있다 보니 사업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창원시가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예산 3억 원을 투입하여 불종거리에 깐 콘크리트 블록의 접착불량으로 두 달에 한 번꼴로 보수작업을 하였으며 현재도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불종거리 상인들은 도로 사정이 이러니 통행 차량에 무리를 주어 차량과 도로 모두 파손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창원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도 국화축제·빛거리 점등식과 같은 시기에 맞추려다 시간에 쫓겨 마무리가 일부 미흡하게 되었다고 인정했다. 시공사가 책임지고 있는 하자보수 기간이 2020년 12월까지다 보니 창원시가 당장은 공사비용 부담이 없다 하더라도 빈번한 보수공사는 결국엔 시비로 충당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시민 혈세 낭비가 분명한 도로 개보수 공사에 대한 비판은 분명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민들의 사용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은 지역에 온갖 불필요한 공사를 벌이는 꼴불견에 시민들은 분노와 항의를 하여 왔다. 하지만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의 경우 도시재생 사업이라는 성격과 더불어 이른바 '문화거리' 형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아주 특수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흔히 말하는 기존 도로에 아스팔트 깔기와 같은 막개발 사업이 결코 아니다. 단순히 콘크리트 블록의 불량으로 빚어진 일회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원도심 문화의 부흥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가장 먼저 현실화한 사업이기 때문에 비판은 더욱 가슴을 찌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도시재생이라는 담대한 계획을 담아야 할 그랜드 디자인 자체가 부실하고 빈약하다 보니 빚어진 결과일 수 있다.

창원시 관계 공무원들은 콘크리트 블록의 적합성이라는 사소한 사실에 매몰되어 판단할 게 아니다. 이런 합리화보다 오히려 도시재생과 문화부흥이라는 큰 그림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부터 자성할 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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