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자초한 해수부 LNG벙커링 용역
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신뢰 회복 나서야

선박 연료로서 액화천연가스(LNG)가 조선·해운·항만산업의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지를 점검하는 5회 기획기사를 최근 마쳤다. LNG를 연료로 한 선박이 앞으로 증가하고, 그 경향은 계속될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LNG 연료주입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고, 역으로 이 인프라가 적으면 선주사는 LNG추진선 발주를 꺼릴 것이다. LNG벙커링시스템 혹은 벙커링터미널(기지)은 'LNG 연료추진선박의 주유소' 격이다.

기획 보도 뒤 문의가 많이 왔다. 그 물음의 십중팔구가 'LNG벙커링터미널'이었다. 참 난감했다. 대부분의 물음 속에는 상반된 두 전제 중 하나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진해 연도에 들어서면 안 되는 이유가 듣고 싶다"거나 "먹고살 걸 생각하면 연도에 들어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나는 시민사회부 시절 창원시 진해구 연도를 여러 차례 방문 취재했다. 신항(서컨테이너부두) 건설로 조상 때부터 터를 잡아 살던 이들이 고향과 생계수단을 잃고 육지로 나갈 처지가 됐는데, 주민의 3분의 1이 지적불부합지에 거주하거나 토지 소유를 한 것으로 판정을 받아 보상도 제대로 못 받고 쫓겨날 판이었다. '지적불부합지'는 과거 측량에 따른 토지대장과 현재 측량(GPS방식)으로 만든 토지 현황이 맞지 않은 땅을 이른다. 주민들은 부산항만공사와 해양수산부를 상대로 긴 시간을 싸웠고, 최근에야 보상·이주단지 조성이 마무리되고 있다.

지금껏 부산항신항은 '건설 성과는 죄다 부산 사람들 몫이고 진해구민·창원시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각종 환경 피해와 보상에 따른 갈등만 안겨주는 곳'으로 각인돼 있다.

그런데 또다시 대형 LNG저장탱크 6∼8개를 설치하는 LNG벙커링터미널을 짓겠다니 주민들은 당장 "당신들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또 이런 위험시설을 들고 오느냐"고 반발한다. 진해 동부 주민들의 해수부를 향한 불신은 이렇게 깊다.

여기에다가 김지수 도의회 의장 주재로 겨우 간담회가 열려 들어본 연구용역 내용 일부는 참으로 듣기 민망한 '뻥튀기 예측'으로 가득 차 있었단다. 1조 원 들인 LNG벙커링터미널이 앞으로 30년간 생산 유발 효과 368조 원, 고용 유발 효과 121만 명을 낸다고 했다. 해수부는 이 내용으로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발표할 수 있겠는가?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또한, 이 연구용역에서 나온 '파이프라인 to ship' 방식을 선주사들이 선호하는지 해운·조선업계 전문가 조사는 거쳤는가? 현재 발주 추세에 맞춰 연간 몇 척의 LNG추진선이 부산항으로 들어올지 더 엄밀한 수요 예측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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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가 정말 LNG벙커링터미널을 짓고 싶다면 기존 연구용역 재보완이 아니라 재용역을 해서 산업계와 주민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그건 정부부처로서 국민에게 갖춰야 할 예의다. 창원시도 하루빨리 조선업계와 기자재업체와 간담회 등을 해 더 세련되고 논리정연한 대응을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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