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2014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우리나라 성경험 청소년의 첫 성경험 평균나이는 만 12.8세이며 네덜란드는 만 17.7세입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그 나이가 계속 저하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956년 공교육에 성교육 과정을 도입해 체계적인 교육을 시작한 스웨덴을 필두로 북유럽 국가들이 성교육 시행 후 10~20년이 경과한 1976년 네덜란드의 성경험 청소년의 첫 성경험 평균나이가 만 12.4세로 나타나 성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전면 수정하는 계기가 됩니다.

북유럽 등의 성교육 50~60년 역사의 단계별 교훈은 첫째 신체변화와 생식교육이 시행되기 이전에 인문학적 성 가치관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아기부터 아동전기까지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이 강조돼 부모님의 사랑과 결혼이야기, 아기의 탄생과 태아의 성장이야기 등을 들려주면서 성과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하고 자신 또한 성적 존재로서 성장해가는 것을 이해해 성을 '특별하게'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깨닫게 합니다.

동시에 모든 교사가 대학에서 성교육학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해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과정의 다양한 교과활동으로 학생 성교육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성이란 철학과 윤리, 사회 문화, 예술과 역사 등의 인문학적 사고의 틀을 적용해 인식해야 할 주제로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모든 어른은 아이에게 성교육하는 교사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부모로부터 시작해 학교에서 성 가치관 교육은 유치원, 초·중등 일반교사가, 피임교육은 보건교사나 외부전문가(간호사·의사)가 전담하는 형태를 갖췄습니다.

두 번째는 청소년에게 성경험이 권리와 선택으로 주어지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게 되면서 만 15세부터 의무적으로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피임교육을 받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성 가치관 교육이 전제되지 않은 생식교육과 피임교육은 청소년의 첫 성경험 나이를 낮추고 임신과 낙태 및 성병과 성범죄율을 상승시키는 결과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확인돼 인문학적 성교육은 더욱 확대됐습니다.

세 번째는 청소년의 임신과 낙태는 학업과 직업 준비 외에 육아와 질병 등으로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므로 체험적 육아·양육교육을 통해 성경험 연령을 상승시킴과 동시에 성이 가져올 수 있는 생명에 대한 준비와 책임을 인식시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 미국의 경우 1970년대 피임교육으로 성교육을 시작한 배경에는 1950년대 이후 갑작스럽게 성이 개방돼 청소년 임신과 낙태가 사회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피임교육은 성관계를 전제로 하기에 임신율은 낮아지지 않았고 미혼모는 사회복지제도로 보호돼 성교육의 목표 달성이 매우 미흡했습니다. 이에 실제적인 육아체험 교육과 법적 양육책임 제도를 통해 성경험 시기 늦추기와 성 파트너 수 줄이기 및 성병 예방 등의 교육으로 확대 보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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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교육은 여전히 자연과학적 성교육에 편중돼 체계적인 교육과정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성 교육학을 이수하지 않아 교육이 주로 보건교사에게 일임돼 있습니다. 현재 성교육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조기의 성 가치관 교육과 전 과정을 통한 인문학적 성교육의 확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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