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진영 법정다툼
재판부 2013년 존치 판결
내년 3·1운동 100주년 맞아
시민단체 "철거운동 재개"

"거제시장은 올해 안에 김백일 동상을 철거하라."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거제지역 해묵은 논란거리인 '김백일 동상' 철거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부상했다. 친일김백일동상철거 거제범시민대책위는 23일 오전 거제포로수용소 김백일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재차 동상 철거 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0여 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현재 우리는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역사 때문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거제시장이 나서 친일 김백일 동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친일 동상이 거제시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전쟁 상흔을 치유하고 화해와 평화를 위한 교육의 현장인 포로수용소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도 반드시 철거해야 할 적폐"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갈등의 근본적인 책임이 거제시에 있음을 강조했다. '2011년 5월, 문화재영향검토를 받지 않은 채 동상 설치를 불법적으로 허가한 거제시에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 친일김백일동상철거 거제범시민대책위가 23일 오전 거제포로수용소 김백일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동상 철거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청일 기자

그러면서 이들은 지난 8월 14일 문화예술회관 앞 '평화소녀상'에서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를 연 것을 이야기하며, "해방된 땅 거제 한 하늘 아래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시에 기림을 받는 이 분열적인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대책위는 △친일동상 불법 설치와 존치 상황에 대해 거제시장의 사과 △시장은 올해 안에 동상을 철거할 것 △거제시의회는 김백일 동상 불법 설치과정을 조사할 것 등을 요구했다.

김백일 논란은 지난 201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는 김백일 장군이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 과정에서 반대하는 미군을 설득, 피란민 10만여 명을 배에 태운 인물이라며 이를 기리려고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동상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김백일이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임을 들어 동상 설치를 반대했다. 김백일은 일본이 항일무장독립군 탄압을 목적으로 설립한 간도특설대 창설 요원이자 대위로 근무하면서 항일무장독립군부대 공격, 민간인 탄압에 종사하는 등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훈장까지 받은 특급 친일파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남도는 동상이 문화재 영향검토를 받지 않은 무단설치물이라며 거제시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고, 시가 강제철거하겠다고 나서자 기념사업회가 집행정지 신청을 내면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했다.

재판부는 2013년 1·2심에서 기념사업회가 거제시와 동상의 위치 등에 대해 협의한 점과 동상 건립이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설립 목적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념사업회 손을 들어주면서 현재까지 동상은 존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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