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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자연결핍장애를 생각하며

집단적 장애현상으로 현대인 건강 위협
자연과 교감하며 삶의 원동력 되찾길

배소희 수필가·시인 webmaster@idomin.com 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우리 곁에는 늘 자연이 가까이 있다. 늘 볼 수 있는 하늘과 구름, 보도블록 사이에 피어난 키 작은 꽃이나 풀 등 가까이 있는 자연이 많지만, 무심히 지나치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이 우리 주위엔 많다. 자연이 우리의 건강과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선뜻 자연으로 나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 5분이라도 자연을 접하면 창의성이 향상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자연결핍장애라는 개념을 만든 사람은 미국의 리처드 루브이다. 그는 우리의 낮과 밤은 기술에 파묻혀 있다면서 그 집단적 장애 현상으로 현대인들의 건강은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주변 생활을 정리하고 도시를 떠나 자연 속으로 돌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쉽게 떠나지 못한다.

그래서 도시인들은 인근에 있는 가까운 산을 등산하거나 매일 산책을 하면서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예전에 우리 부부는 새벽에 집 뒤에 있는 무학산이나 둘레길을 늘 걸으며 자연을 자주 접했다. 나뭇가지 위에 있는 새 둥지도 보고 솔향도 맡으며, 풀꽃들의 낮은 몸짓으로 겸허함도 배웠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한 일상을 즐기지 못했다. 늘 뭔가 해야 할 것을 안 한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인근에 있는 산이나 바다로 가서 자연체험을 하기로 했다. 억지로라도 자연체험을 하고 온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자연을 통해서 받은 작은 감동은 물론 자연과 함께하면서 사람들과 나눈 대화와 정감은 일주일을 활기차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가끔 산에서 땄다며 으름이나 머루, 다래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이웃도 있다. 그날 우리 집 거실에는 가을을 가득 풀어놓은 풍경 같았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산열매의 모습과 과일을 하나씩 맛보며 신기해했다.

아이들은 국어교과서 고전시에 나오는 과일들을 직접 보고 먹는 것만으로도 자연체험을 한 것이다. 처음 보는 열매를 신기해하며 으름의 하얀 속살과 산다래 열매가 조롱조롱 달린 다래가지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친구들에게 전송하는 모습을 보며 무척 흐뭇했다.

자연체험을 통해 흡수하게 되는 육체적, 심리적 영양소 비타민 엔(N)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자기존중감과 자신감을 높이고, 타자에 대한 배려심과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향상하며, 예술적 감수성과 감상력을 높여준다고 하는 보고가 있다.

자연과 멀어져 자라는 아이들이 많다. 자연보다 공부에 치중하고 컴퓨터를 접하면서 정서가 결핍되고 쉽게 분노하며 폭력적으로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숲에서 흙장난하고 잠자리 잡고 냇가에서 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멀어질 때, 정서발달, 신체건강, 인지발달 등에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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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문명을 만들었지만, 우리가 만든 문명에 상처를 받는 것 같다. 우리가 자연에 결핍되지 않기 위해서는 바쁜 시간이라도 잠시 여유를 가지고 자연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데이비드 소로가 문명사회를 떠나 외딴 숲속 호숫가에서 지낸 사색의 시간이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다.

엊그제 산에서 만난 구절초와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마음을 환하게 하는 가을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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