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아동권리협약 준수해야
권리 주체 아닌 보호대상 인식

필자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있다. 그리고 필자의 아들은 단발머리다, 그것은 필자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이다. 우리는 1991년 UN의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다. 1989년 11월에 협약이 만들어진 것이니 상당히 빨리 가입한 아동권리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동권리 취약국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연령에 따른 차별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때로는 아이를 소유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아이의 학대에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으나, 아이의 권리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2016년 필자가 일본의 교육심리학자인 오자와 마키코 선생의 아동권리협약 해설본 번역서 <아이들의 권리 부모의 권리>를 출판하기 전까지 국내에는 아이들의 권리에 관한 변변한 연구나 출판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아동권리협약은 모두 54개 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이를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다.

필자는 올해 초까지 법원의 가사조정위원이었다. 조정은 그 특성상 귀책의 다툼이 없이 협상에 의해 이혼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자와 양육비, 면접교섭 등을 결정한다. 그것은 순전히 이혼당사자인 부모의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또한, 재판은 아이의 권리가 일부 반영되기도 하고, 반영되지 않기도 한다. 사실 이혼은 이혼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 즉 자기결정권이 있다. 필자는 재판과 조정 과정에서 반드시 아이의 의사를 묻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것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경남의 학부모들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한다는 언론의 기사를 보았다. 사실 학생인권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반문을 하고 싶다. 이미 우리는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국가고 조약은 국내법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굳이 조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라고 말이다. 사실 아동권리협약만 현장에서 잘 지켜도 학생들의 인권수준은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경남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가 아닌, 교사들의 아동권리협약 교육을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 인권은 의식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결코 제도로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1991년에 가입한 아동권리협약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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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는 단어도 그 유례가 인류의 역사에 비해서 그리 길지 않다.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필리프 아리에스는 17세기 이전 유럽에서는 아동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음을 여러 자료를 통해서 증명했다. 우리의 경우도 그와 비슷하다. 그것은 조혼 풍습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듯 결국 '아이'라는 레테르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개념일 뿐이다. 결국, 본질은 '인간'인 것이다. 물론 아이·학생은 미성숙한 존재이고 보호의 대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인간인 것이다. 결국, 생명의 존엄을 가진 인간의 권리를 우리는 어른 시각에서 보호라는 명분으로 규제한 것이다. 필자의 아들이 오늘 미장원에서 상한 머리끝을 손질했다. 그리고 긴 생머리가 될 때까지 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자기결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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