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 행정지도 결정에 노조 파업 보류
주총 금지 가처분 기각된 산은, 본안 소송 검토

한국지엠의 법인 분할에 항의해 노조가 파업을 결의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2일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이하 한국지엠노조)의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조정 중지'가 아닌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노조가 중노위의 결정을 무시하고 파업을 하게 되면 불법이 된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날 오후 4시 쟁의대책위 회의를 열고 이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노조, 합법적 파업권 획득 못 해 = 중노위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조정위원 간 의견이 달라 표결을 해서 '행정 지도' 결정을 냈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이 건이 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노사 간 단체교섭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노조는 파업을 일단 보류하고 이날 오후 4시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이후 대응책을 의논했다.

이에 앞서 인천지방법원도 지난 17일 2대 주주(지분율 17.02%)인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낸 19일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19일 산은 대리인이 불참한 속에서 지엠(GM) 본사(지분율 76.96%) 주주 대리인만 참석한 채 주총을 열어 연구개발(R&D) 인력 3000여 명을 인적 분할해 'GM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가칭) 설립 계획을 확정했다.

◇신설 R&D 법인 역할은 = 신설 별도 법인은 기존 한국지엠 법인 이외 인천시 부평 본사 내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부문)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링센터와 디자인센터, 연구개발 시설 등을 묶은 것이다. 기존 법인은 부평·창원공장 차량 생산을 담당하고, 디자인·엔지니어링 등 R&D 분야는 신설 법인이 맡는다.

한국지엠 측은 이 법인 분리를 경영정상화 계획의 하나라고 한다. 또한, 연구개발 부문 법인 설립은 GM 본사가 오히려 한국지엠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고, 본사와 글로벌 R&D 강화로 신규 투자와 고용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세운다.

반면, 지난 7월 법인 분리 계획을 접한 노조는 극도로 우려했다. 이 안건 협의를 위한 특별단체협약 교섭을 사측에 요구했지만 거부되자 중노위에 쟁의조정신청서를 냈었다.

노조는 법인 분리 이후 GM이 신설 법인을 손쉽게 해산할 수 있고, 생산법인은 GM 물량만 쳐다보는 완전 생산하청기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산업은행, 반응은 = 산은은 법인 분할과 관련해 가처분 소송을 검토 중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인분할이 강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가처분 (소송을) 내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주총 직후 입장 문을 내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었다.

이 회장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봐서 본안 소송에서 다뤄볼 생각"이라며 "법인 분할이 주주권을 침해하는지 판단하려면 GM 사업계획을 알아야 하는 만큼 소송을 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법인분할 자체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법인분할에 대해서 사전적으로 '좋다 나쁘다' 예단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원칙적으로 분할된 회사에 기존 회사 권리가 100% 승계되면 반대할 필요가 없다"며 "분할 과정에서 권리상 변동이 생길지 모르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반대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적으로 반드시 나쁘다고 예단하기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며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국지엠의 한국 철수설 주장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GM이 법인을 분리해 한국 철수를 강행하면 약 4조~6조 원의 투자 손실을 본다"며 "법인이 몇 개로 분리되든, 모든 법인에 정상화 협약 계약서가 유지돼 10년간 생산과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 "한국 철수 없다" = 한국지엠 측도 이날 정무위 국감에 출석해 법인 분리가 한국 철수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은 "고용 약속은 지킬 것이냐"는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 물음에 "한국지엠이 수립한 장기 정상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답했다. 법인분할 관련 자료 제공 요청을 거절했다는 산은 주장을 두고는 "이사회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반박했다. 최 부사장은 "이사회 10명 중 3명이 산은(측 인사)"이라며 "신설법인 설립에 대해 네 번 이사회를 열어 의사결정을 하고 주총에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필요한 자료는 제공했다고 본다"며 "추가로 필요한 것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산은과 맺은 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법인 분할을 추진한 이유를 묻자 "조속한 경영정상화가 경영진의 임무"라며 "신설법인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것이고 (이를) 같이 진행하는 게 올바른 경영 판단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