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거리 조성 후
블록 균열 등 문제 잦아
1년 동안 개보수만 6번
시 "하자 원인 파악 중"

창원시 마산합포구 불종거리에 또 보수공사가 진행됐다. '걷고 싶은 거리'가 조성된 후 1년 동안 6번 개보수 작업이 이뤄지면서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2시께 불종거리 주변은 기계 소리가 가득했다. 일명 '뿌레카'(유압브레이커)로 바닥 블록을 깨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소음은 물론이고 돌가루도 튀었다. 횡단보도 근처에서 공사가 진행된 탓에 보행자는 장비 등을 피해 다녔고, 차량은 좁아진 길로 이동하고 있었다. 시내버스는 불법 주정차 차량과 공사 현장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기도 했다.

걷고 싶은 거리는 지난해 7월 공사를 시작해 그해 10월 조성됐다. 창원시는 도시재생사업 목적으로 3억여 원을 들여 참여성병원에서 라코스테 마산점까지 불종거리 170m 구간 차도에 아스콘을 걷어내고 가로 50㎝, 세로 50㎝, 두께 12㎝ 보차도용 콘크리트 블록을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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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불종거리로 '걷고 싶은 거리'에서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류민기 기자

불종을 중심으로 도로환경을 개선해 창동·오동동 상권을 유기적으로 엮으려는 게 창원시 계획이었다. 특히 걷고 싶은 거리에서는 차량이 자연스럽게 서행하고 보행자는 자유롭게 거닐 수 있게 만들려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거리가 조성된 지 1년 지난 시점에서 보수공사만 6차례 이뤄져 인근 상인과 시민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구유석(45·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씨는 "자주 공사해야 되고 번거로움이 있다면 비용이라든지 모든 측면에서 안 좋다. 세금은 세금대로 투입하고도 미관상 안 좋지 않으냐"며 "시민도 불편하고 장사하는 사람도 불편한데 공사하는 사람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 됐다. 자주 공사를 한다면 거리를 조성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량 통행이 많은 불종거리에 보도블록보다 큰 블록을 접착제로 부착해놓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떨어져나가고 파손돼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달그락 달그락', '덜컹 덜컹' 소리가 났다.

창원시는 지난 6월 보수공사를 하면서 블록 균열 원인에 대해 일부 간격이 맞지 않고 줄눈이 덜 채워지고 접착 불량 등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용역 결과 블록 재질과 차량 통행량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버스 등 큰 차량 통행이 잦고, 국화축제·빛거리 점등식 시기에 맞추고자 시간에 쫓겨 일부 미흡하게 마무리했기 때문에 불량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번에 또 보수공사를 했으니 앞으로도 보수공사가 이어질 수도 있다. 2020년 12월 20일까지 시공사 하자보수 기간이어서 비용은 들지 않지만 그 이후에는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걷고 싶은 거리 주변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업주는 "두 달에 한번 꼴로 보수공사를 한다. 이 동네 지하수가 많아 지반이 침하되고 차량 소통이 활발하기에 저런 규격의 블록이 맞지 않다. 작은 크기의 블록을 촘촘히 채웠어야 했다"며 "차도 엉망이 되고 사람도 엉망이 되는데 예산 집행하기 위한 사업밖에 안 된다. 땜질식 공사만 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창원시 담당자는 "하자 원인을 정확히 알고자 점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근본적인 하자보수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현재로서는 원인을 단정 짓기 어렵다.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명확히 해야 책임 규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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