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 선호하나 공급지역 불균형…시설 부족한 지역에선 사립도 치열

사립유치원 비리문제가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지만,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는 유치원을 선택할 권한이 없다.

공립유치원 취원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거나 등·하원 시간이 맞지 않아 사립유치원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 26%인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을 4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수치에 집중하기보다 학부모가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바라고 있다.

◇공립유치원 좁은 문 = 경남지역 취원 대상 만 3~5세(우리나라 나이 5~7세) 중 53%(5만 1266명)가 유치원에 다니고 나머지는 어린이집(43%)이나 학원·경남 외 교육시설을 이용한다. 도내에 국립유치원은 없고 공립유치원(단설·병설) 418개, 사립유치원 271개가 있다. 유치원 수는 공립이 더 많지만 학급 수 등 규모가 큰 사립유치원이 77.4%(3만 9670명)를 수용한다.

취원율에서 알 수 있듯 일부 지역은 공립유치원에 들어가려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창원(사립 취원율 82.7%)·김해(82.2%)·거제(80.6%)·양산(83.6%)·진주(76.9%) 지역은 유치원생 10명 중 8명이 사립유치원에 다닌다.

교육부가 지난해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참여 현황으로도 공립유치원 선호는 확인된다. 밤샘 줄서기 폐단을 없애고자 지난해 온라인 입학신청을 받는 '처음학교로'에 공립유치원은 100% 참여했지만 사립유치원 참여는 3곳에 그쳐 '공립유치원 입학시스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학교로' 참여 유치원 모집 인원은 1만 787명이었지만 기간 내 1만 5785명이 신청했다. 자격 미달이나 추첨 등으로 5000명이 탈락해 사립유치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부가 국공립유치원 확대에 나서지만 사립유치원이 많은 곳에서는 반발이 크다. 이 때문에 주로 농어촌이나 개발이 막 시작된 신도시 위주로 국공립유치원을 짓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은 비리 문제가 불거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립유치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함양(공립 취원율 79.4%)·거창(56.2%)·합천(66.5%) 등 군단위 지역은 공립유치원 수용률이 높다. 사립유치원이 없는 의령·고성·남해·하동·산청지역은 공립유치원 취원율이 100%지만 정원을 모두 채우진 못했다. 공립유치원은 대체로 돌봄 시간이 짧고, 등·하원 차량 운행이 안 돼 맞벌이 부부는 어쩔 수 없이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선택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경쟁도 치열 = 창원시 아동수당 대상 5만 5000여 명 가운데 북면과 내서읍에 3만 5000명이 산다. 북면 신도시는 유아 수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이른 아침 창원 시내에서 북면 유아들을 태우고자 오가는 노란색 차량이 많다. 북면지역 학부모들은 공·사립 구분없이 집 가까운 유치원에 다니길 원해 입학 전쟁이 치열하다.

북면 내 사립유치원은 27일 같은 시간 입학 신청 접수·추첨을 해 학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6세 자녀를 둔 박모(38) 씨는 "설사 비리가 있어도, 교육비 부담이 커도 북면 내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기를 바란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돼서인지 사립유치원이 같은 날 같은 시간 추첨을 한다고 해 가족을 동원해 참여해야 한다. 북면 다수 학부모들은 만약을 대비해 북면을 벗어난 명서동·구암동 유치원 입학 추첨 날짜도 알아보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이나 보육 환경 등은 비교·선택할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9월 북면지역에 9학급 규모 진달래유치원(단설)을 설립했지만 학부모들은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 씨는 "현재 4학급만 운영하는 진달래유치원은 사설유치원 반발로 무동병설유치원을 없애고 단설유치원으로 통폐합했다. 교육청은 사립유치원 눈치가 아니라 학부모 편의를 고려해 공립유치원을 증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립유치원 입학이 어려운 학부모들은 9·10월 진행되는 사립유치원 입학 경쟁에 이미 지쳐가고 있다. 5세 자녀를 둔 최모(42) 씨는 "사립유치원 비리를 알면서도 학부모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 시스템이 비리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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