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이하 스프링클러 의무 없어
화재 원인 '주차장 천장 배선 문제' 무게

김해 원룸 건물 화재 사건은 다가구주택의 화재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화재가 난 원룸 건물은 스프링클러, 소방감지기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있었다면…" = 지난 20일 오후 김해시 서상동 4층짜리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필로티 구조로 된 이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은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외벽 등에 옮겨붙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불이 난 1층 주차장에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 등이 없었다고 밝혔다. 스프링클러만 작동했어도 이처럼 큰 사상자가 나왔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건축법에 따라서 3층 이하 다가구, 4층 이하 다가구 주택은 660㎡ 이하인 경우는 소방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 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화재가 난 원룸 건물은 다가구 주택인데 면적이 642㎡이고, 4층 이하여서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소방법상 주택은 스프링클러, 소방감지기 등을 층수·면적·용도에 따라서 설치해야 하는 의무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5층 이상 공동주택은 특정소방대상물이어서 소방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다. 다만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주택에 설치하는 소방시설)에 따라 주택에는 소화기, 단독형 감지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화재가 난 건물은 방별로 소화기, 단독형 감지기는 설치돼 있었다.

김해동부소방서 관계자는 "건축법, 소방법상 해당 원룸 건물은 다가구 주택으로 소방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다. 방에 단독 경보형 감지기가 있어서 연기가 유입된 방안에서 울렸지만, 1층에는 소방 시설이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다가구 주택에 대한 화재 대비를 위해 관련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영 창신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시설 의무 기준에 미달하는 주택 화재가 빈번하다. 소규모 다가구 주택에 대해서도 화재에 대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현기 경남대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도 "'법의 사각지대'가 많다. 소방 관련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면적으로만 제한할 게 아니라 면적·용도를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지금 법은 대형 건물 위주로 강화되고 있다. 또, 법 개정으로 소방 시설이 강화되더라도 이미 지어진 건물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이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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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화재가 발생한 김해시 서상동 원룸 건물 모습. /경남소방본부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화 추정 = 경찰은 김해 원룸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최초 발화한 전기적 요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 현장 합동감식 결과, 필로티 구조의 원룸 건물 1층 주차장 천장 전등 부근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등 배선에서 단락흔이 확인됐다. 또 1층에 전기 누전 때 작동하는 차단기가 내려져 있었고, 2∼4층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가 난 주차장에 화약물질도 없고, 차량에도 문제가 없었다. 일시적으로 전류가 많이 흐르는 과전류로, 열이 나면서 옆에 있는 가연물질에 불이 붙어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23일 주차장 차량을 이동시킨 후 정밀 감정을 다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해 원룸 건물은 제천 참사처럼 1층 사방이 트여 있고 기둥만 있는 필로티 구조에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져서 사상자가 더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필로티 구조로 개방된 공간에 공기가 유입돼 불이 쉽게 번졌고, 여기에다 불이 쉽게 옮겨붙는 스티로폼 소재의 드라이비트 외장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번 화재로 2층에 있던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 3세 어린 자녀 2명이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부부는 지난 2016년 7월 한국에 들어와 4살, 12살 아들, 14살 딸, 3남매의 이모, 이종사촌인 13살 남자 아이와 방 2개짜리 원룸에서 함께 지냈다. 화재 당시 부부와 이모는 잠시 외출한 상태였다. 화재 당시 어린이들끼리 있었고, 한국말이 서툴러 화재 사실을 곧바로 알아채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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