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을로 기억한다. 사천시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진주시와 KAI의 우주탐사R&D센터 유치 협력이 불씨였다. 소식이 알려진 후 사천 지역구 여상규 의원은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불과 한 달 뒤 협약이 현실화되자 시민 토론회장에서 같은 당 진주 국회의원을 공격했다. "예결위원장 직위를 이용해 KAI를 꼬드겼다. 내년 선거용이다"라면서 시민 총궐기까지 언급했다.

그해 겨울은 SPP조선이 위기를 맞았다. 선박을 수주했는데 채권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하지 않아서다. 여 의원이 또 나섰다. 정부 관계자까지 데려와서 회사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도 열었다. 직원들은 "여상규 파이팅"을 외쳤고, 총선을 앞두고 감사패도 전달했다. 여 의원은 3선에 성공했지만, SPP조선은 문을 닫았다.

3년 만에 또 KAI 문제가 불거졌다. 고성에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에 여론은 폭발했다. 여 의원은 9월 초 "KAI 입장이 이해된다"며 신중한 대응을 말했는데, 이번에도 한 달 만에 돌변했다. 미국 공군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가 무산되자 '항공산업 위기 극복 시민대회'가 열렸다. 그는 1시간 동안 마이크를 잡고, 모든 책임을 정부와 검찰 탓으로 돌렸다. "수주 실패가 예정된 순서로 가고 있었다"면서 KAI 사장을 "정권 언저리에서 밥 얻어먹는 사람"으로 폄훼했다. '소득주도 성장'까지 비판하자 시민들은 "자유한국당 결의대회냐"고 술렁였다. 실패를 예견했는데, 한 달 전에는 KAI 입장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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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장이기 때문에 장관들이 내 방에 안 찾아올 수 없다"고 자랑했다. 시민들은 3선 법사위원장의 실력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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