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필로티·드라이비트 '화근'
대형화재 때마다 원인 지목 …"1층 주차장서 발화 추정"
한국어 서툰 우즈베크 아이 4명 포함 사상자 10명 발생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 어린이 2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4층짜리 이 건물(전체 면적 642㎡)은 화재 사고가 날 때마다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필로티' 구조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1층은 기둥만 있는 필로티 구조 주차장, 2~4층에 모두 15가구가 살고 있었다.

지난 20일 오후 7시 45분께 김해시 서상동 원룸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나 출동한 소방관들이 20여 분만에 불을 껐다. 그러나 2층에 있던 ㄱ(4)군이 숨졌고, 같은 집에 있던 ㄴ(12)·ㄷ(13) 군이 연기를 마셔 위독한 상태다. ㄱ 군의 누나인 ㄹ(14) 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21일 오후 숨졌다. ㄱ·ㄴ·ㄹ은 형제이며, ㄷ 군은 이종 사촌이다. 우즈베키스탄인 부모와 이모는 장을 보러 외출한 상태였다. 부모는 모두 취업비자로 들어온 합법적인 체류자로, 지난 1월 아이들과 함께 입국했다.

원룸 건물에 삽시간에 불길이 번진 것은 필로티 구조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원룸 건물이 지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필로티 구조는 불이 나면 트인 사방에서 공기가 대량으로 유입돼 불이 쉽게 번진다. 특히 드라이비트는 난방 효과를 위해 외벽에 접착제를 발라 스티로폼과 같은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를 마감하는데 비용이 적게 들지만 화재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지난 2015년부터 드라이비트의 외벽 단열재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한 안전대책은 미흡하다. 지난해 12월 화재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 한 스포츠센터도 필로티 구조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당시 필로티 구조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난 불은 스티로폼에 옮겨 붙으면서 순식간에 9층까지 번졌다. 이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경찰은 화재 당시 다른 원룸에 있던 주민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2층에 있던 아이들이 대피하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봤다. 어른 없이 아이들끼리 집에 있었고, 이들이 모두 우즈베키스탄 국적이어서 불난 상황을 알리는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층의 한국인 1명도 중상을 입었고, 필리핀인 1명 등 5명도 연기 흡입 등으로 경상을 입었다. 이날 불로 원룸 2가구가 반쯤 탔고, 차량 7대와 오토바이 1대가 탔다. 소방서 추산 1억 8000만 원어치 재산피해가 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펑' 소리가 나서 119에 신고를 했다는 주차장 관리자 등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건물주를 상대로 의무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췄는지 확인하고, 불타 버린 CCTV를 복원해 사고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에 스프링클러, 화재경보기가 보이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은 아니다. 21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현장 감식을 벌였다. 1층 주차장 안쪽에서 불이 서서히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차장 트럭에 실린 일회용 부탄가스가 터졌지만, 직접적인 화재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기적 요인, 담배꽁초 등의 다른 요인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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