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지방의회 국외연수 개선방안
도내 시·군의회 실태 진단
절차 무시·친인척 계약 발생
단합 명분…보고서 부담 적어

가을은 역시 떠나는 계절, 경남도의회를 비롯해 시·군의회마다 국외연수가 한창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의원들은 '하나라도 더 배워오겠다'고 거듭 다짐을 하건만, 짧은 기간에 여러 도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 게 연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단골 메뉴인 '외유성 논란'은 말할 것도 없고 올해는 절차를 무시한 준비과정, 연수를 가는 현직 의원이 자신의 형이 근무하는 여행사와 계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도내 국외연수 실태와 개선 대책·사례를 1·7면 몰비춤으로 진단했다.

◇국외연수,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지방의회 국외연수는 지금보다 훨씬 '외유성'이 짙었던 게 사실이다. 대놓고 '골프 연수'라는 말이 돌 정도였고, 숙소를 빠져나와 '엉뚱한 짓(?)'을 하는 의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연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과 언론의 감시망이 갈수록 촘촘해지면서 몸을 더욱 낮추고, 개선방안을 고민하는 의원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국외연수 논란은 잊을 만하면 여론의 도마에 오른다. 올해도 의원들의 연수를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국외연수 대행사로 현직 군의원의 친형이 운영하는 여행사와 계약해 물의(합천군의회)를 빚거나 일부 일정이 애초 연수 목적과 관련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성군의회).

양산시의회는 여행계획서를 출국 15일 전까지도 공개하지 않아 '부실 심의' 의혹을 사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거제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2016년 3월 의회가 5명 이하는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국외여행을 갈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하자, 5명 이하로 팀을 나누는 이른바 '끼리끼리 국외연수'를 감행해 비판을 받았다.

359651_272126_4234.jpg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유는 = 지금 의회마다 '줄줄이' 국외연수가 이어지는 까닭은 뭘까. 무엇보다 이미 책정된 예산이므로 어차피 써야 할 돈이라는 심리가 작동한다. 올해 '무리수'를 두더라도, 연수를 떠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의회 회기도 정해져 있어 9월과 10월 외에는 달리 날짜를 빼기도 쉽지 않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대부분 도내 의회가 원 구성을 새롭게 한 상황에서 의원 간의 화합과 단합을 위한 좋은 기회라는 명분도 곁가지로 붙는다. 의원으로 당선했으니, 으레 국외연수 정도는 다녀와 줘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지배적인 듯하다.

연수를 다녀와도 보고서 제출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은 점도 '끊을 수 없는 연수의 유혹'이다. 일부 개별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의원도 있지만, 대부분 상임위원회별로 연수 보고서를 종합해서 낸다. 따라서 사실상 연수 업무보조를 위해 함께 갔던 소관부서 직원들이 보고서를 대신 작성한다고 봐야 한다.

의원들이 새로운 환경과 문화, 공간 속에서 앞선 나라들의 지방자치 관련 정책을 배우는 것을 나무랄 시민은 없다. 하지만, 경기도 좋지 않은 데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작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으로 다녀오는 국외연수라는 점을 각별히 새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저한 준비와 목적을 갖고 다녀와야 한다는 게 국외연수에 대한 시민들의 '평균 눈높이'랄 수 있다.

◇해법은

"연수 형식 다양화 모색을"

일정·보고서 공개도 핵심

9·10대 도의원을 지낸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지금처럼 상임위원회별로 나라를 정한 다음, 연수인 양 일정을 '끼워넣는' 연수는 사실상 관광이라고 본다. 굳이 갈 필요가 없다. 해마다 연수를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여 위원장은 대안으로, 주어진 예산 안에서 상임위별 연수 외에도 같은 정당 의원끼리 떠나거나 연구단체, 의원 혼자 다녀오는 등 연수 형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진과 녹조, 댐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서 관련 전문가와 함께 일본을 다녀온 적이 있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나를 제외한 전문가들의 경비는 내 사비로 충당했다. 의원들이 받는 의정활동비는 그런 곳에 쓰라고 시민들이 주는 것 아닌가."

반복되는 외유성 국외연수를 없애려면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세부일정 사전 공개와 연수보고서 공개, 심사 제외 예외조항 제거, 연수 목적지 외 여행지·관광지 배제조항 마련, 개인보고서 작성 등이 핵심이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도 "부실한 관광성 국외연수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수계획서 제출기한을 늘리고, 심의기준 강화, 상임위별 집단 연수 위주에서 주제·개인별 연수 등 연수 방식의 다양화, 여행당사자의 심의위원회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며 "또한, 연수 준비주체를 의회사무국, 여행사 중심이 아닌 여행당사자인 의원으로 바꾸고, 개인 연수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등으로 관련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