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주총 참석 못 해…노조 파업·법적 공방 예고

한국지엠(GM)이 노조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반발 속에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개발(R&D) 법인분리 계획을 확정했다.

한국GM은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연구개발 신설법인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한국GM은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의 부서를 묶어 생산공장과 별도의 연구개발 신설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지난 4일 이사회에 이어 이날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GM 관계자는 "향후 법인등기 등 후속 절차를 완료하고 신차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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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GM)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인 19일 오후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한국지엠 주주총회 장소로 알려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본사 사장실로 진입하려다가 한국지엠 노조원들에게 막혀 되돌아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주주총회는 산업은행 측 대리인이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개최됐다.

법인분리에 반대하는 노조가 주주총회를 무산시키려 부평 본사 사장실 입구 등을 물리적으로 봉쇄해 산업은행 측 대리인이 가로막힌 사이 기습으로 의결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GM은 산업은행 측 참여 없이 단독으로 주주총회 개최와 안건 의결을 진행한 것이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은 신설법인을 통해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본사의 글로벌 제품개발 업무를 집중적으로 확대하고 한국GM의 지위 격상과 경쟁력 강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법인분리가 완료되면 전체 한국GM 노조 조합원 1만여명 중 3천여명이 새 회사로 옮기게 된다.

법인분리 계획이 확정되긴 했으나 향후 이를 이행하는 길목에는 여러 암초가 놓여 있다.

우선 한국GM 노조의 거센 반발을 해결해야 한다.

노조는 법인 신설 계획이 구조조정의 발판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단 법인을 쪼갠 뒤 한국GM의 생산 기능을 축소하고 신설법인만 남겨놓은 채 공장을 장기적으로 폐쇄하거나 매각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 15∼16일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78%의 동의를 얻었고, 이르면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쟁의조정 중단 결정이 나오면 곧바로 파업 일정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날 주주총회 장소로 알려진 부평 본사의 사장실 입구를 봉쇄하는 등 단체행동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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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GM) 주주총회가 열리는 19일 오후 주주총회 장소로 알려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본사 사장실 주 통로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공장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 한국GM의 판매에 제동이 걸리고 법인분리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과의 법적 공방도 예고돼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한국GM 주총에서 법인분리가 통과될 경우 '비토권'(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비토권, 한국GM이 총자산 20%를 초과해 제삼자에게 매각·양도·취득할 때 발휘할 수 있는 비토권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비토권이 한국GM의 R&D 법인분리에도 행사될 수 있는지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GM과 산업은행의 주주 간 계약상 이런 경우에 대한 비토권 적용 여부가 명확하게 명시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GM은 이 사안이 비토권 행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산업은행은 소수 주주의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 주주 간 계약 목적인 만큼 법적으로 다퉈볼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추후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나 본안 소송을 내 법인분리 작업을 지연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 윤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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