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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웃대기]24년 천천히 꾸준히 관객에게 다가서는 '합포만현대음악제'

접할 기회 적은 현대음악
매년 공연하며 공감 확대
벽 허무는 실험·대화 신선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현대 예술음악은 난해하다? 맞는 말이기도, 오해이기도 합니다.

추상화를 예로 들겠습니다. 점, 선, 면, 색채라는 순수조형 요소로 가시적 형상을 구성한 추상화도 난해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어려울수록 자주 접해야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익숙해진다는 뜻입니다. 미술관에 전시된 추상화는 감상 기회가 적지 않습니다. 관람 공간과 시간이 자유로운 까닭입니다.

반면 현대음악은 접하기 어렵습니다. 공연은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져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습니다.

접하기 어려운 까닭에 현대음악은 난해하다는 인상이 짙어진 모양새입니다. 자주 들을 기회만 있다면 익숙해질 텐데 말이죠.

2018 합포만현대음악제 첫날 공연. 바리톤 김종홍과 시게키 오쿠보 트리오, 색소포니스트 이병주가 협연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그런 맥락에서 올해 스물네 번째를 맞은 합포만현대음악제 의미는 남다릅니다. 현대음악을 접할 기회를 매년 한 차례씩 꾸준히 제공해서입니다. 지난한 일입니다.

관객뿐만 아니라 작곡가에게도 서로 작품을 공유하고 탐구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지난 16·17일 이틀 동안 창원 시티세븐 43층 클라우드 아트홀에서 치른 올해 합포만현대음악제는 실험과 도전만으로도 빛이 났습니다.

첫날 공연 주제는 '가곡, Jazz+가야금의 만남'이었습니다.

작곡가는 시에 곡을 붙였고, 일본 시게키 오쿠보 트리오가 다시 재즈로 편곡을 하고, 그 곡에 맞춰 성악가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주제를 처음 접했을 때는 재즈, 성악, 시가 과연 한데 어울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같은 언어를 쓰지 않는 음악가들이 어떻게 음악만으로 소통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서로 겉도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재즈와 같은 익숙한 요소가 있어 난해하지 않았습니다. 가령 실수가 있더라도 처음 듣는 곡이기에 미리 합의된 변칙으로 읽히기도 했습니다. 관객 각자 곡을 다르게 수용하고, 이해할 여지를 남겼습니다. 가야금과 성악이 만나는 모습도 다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튿날 공연 주제는 '트롬본과 마림바의 만남'이었습니다. 이날은 1998년 합포만현대음악제와 인연을 맺은 트롬보니스트 베리 웹이 꾸며 더욱 의미를 더했습니다.

베리 웹의 연주와 곡 해석은 능숙함이 돋보였습니다. 짓궂은 표정을 짓거나, 무대를 돌아다니거나, 객석에 앉는 등 파격적인 행보도 유쾌했습니다.

앞날 공연보다 더욱 추상적인 곡으로 구성한 공연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관람했습니다. 다음에 어떤 음이 나올지 모른다는 데 희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음악제가 끝나고 참여한 이들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썼던 곡 두고 있다가 이번에 처음 발표했는데,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다른 작곡가 작품을 접하고 스스로 열정이 식었다고 느꼈다. 새 마음으로 작곡하겠다", "가곡과 재즈가 만나는 무대는 보기 드물다. 다만, 어떤 곡이든 재즈와 만나면 비슷해지는 점은 고민이 필요하다", "곡을 연주하는 이들이 서로 해석이 달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연구와 소통이 더 필요하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공연을 치른 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나니 더욱 현대음악이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들을 때 모호했던 요소가 어느 정도 이해됐습니다.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난해하다는 인상만큼은 지우는 계기였습니다.

다음 합포만현대음악제가 기다려지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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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 최환석 기자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