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선묵 특별전 눈길

묵향이 날카롭다. 자연을 노래하고 풍류를 읊는 글이 아니다. 실상과 가상이 헷갈리는 시절을 똑바로 직시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물속에 있는 달은 무엇일까? 실상의 달은 하늘에 있는데, 물에 비친 달을 달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고뇌하고 참선하는 쌍계총림 방장 고산 큰스님과 남해 망운사 주지 성각 스님의 글에서 답을 찾아보자.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선묵(禪墨) 특별전, 물속의 달(水月)'이 19일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 현대전시실에서 개막한다. 고산 큰스님의 대자 행초서 '佛(불)'을 비롯해 성각 스님이 반야심경을 쓴 '대자일자서(大字一字書)' 270점 등 450여 점을 볼 수 있는 전시다.

'물속의 달'전 성각 스님 대표작./부산문화재단

성각 스님은 고산 큰스님의 법제자로, 부산 무형문화재 선화기능보유자로서 30여 년간 많은 선화를 그려왔다. 이는 참선의 과정이다. 고산 큰스님도 글을 쓰며 깨달음을 얻는다.

선화보존회와 부산문화재단, 예술의 전당이 공동 기획한 이 전시는 현실비판적인 서예 언어가 중심이다.

특히 성각 스님이 직접 쓴 시가 예사롭지 않다. 한글로 쓴 '나는 너를 아는데, 나는 나를 모르느냐'는 처음부터 끝까지 구어체를 구사한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뜻하는 불교용어 '일체유심조'를 말하며 물질만을 숭배하는 당신을 채찍질한다. 내용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운필과 구성도 새롭다. 필순을 뒤집어내고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며 언어유희를 만들어낸다.

'물속의 달'전은 글씨를 평면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물속의 달'을 설치작업으로 구현한다.

예술의 전당 측은 "'물속의 달'전은 경계와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또 선묵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꾸며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써야 하는 서예의 예술적 가치를 볼 수 있는 전시다"고 했다.

한편 예술의 전당은 개막일 오후 2시 서울서예박물관 4층 챔프홀에서 '기계문명 시대 고산·성각 '선묵'의 의미'라는 포럼을 개최한다. 이날 홍윤식 문학박사가 선예술을 설명하고 김종원 창원 문자문명연구소장이 '현대미술과 성각 선묵'에 대해 말한다. 또 이현주 문학박사도 '성각의 선화맥과 선서화'에 대해 알린다.

전시는 23일까지. 여는 행사는 개막일 오후 4시. 문의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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