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지방의원 국외연수를 두고 말이 많다. 고성, 합천, 산청, 양산 등 시·군의회가 앞다퉈 외유성 짙은 국외연수를 떠나면서 지켜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가시적인 성과도 없는데 국외연수를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무용론까지 나온다. 또 출석률, 시정질문, 자유발언, 조례 제·개정 발의 건수 등으로 성적을 매겨 우수의원만 보내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뒤집어 보면 성과만 낸다면 비용은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행사에서 대충 만들어준 일정으로 떠나고, 다녀오면 동행한 공무원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국외연수가 얼마나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는지 계량화하기 어렵다. 제대로 독하게 공부하겠다고 맘먹으면 모르지만 얼렁뚱땅 여행 한번 다녀오는 정도로 여긴다면 결실은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니 의원들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거 당선인의 전리품 또는 의원이 되면 누리는 특권처럼 여기는 국외연수. 그렇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국 기초의원은 2927명, 광역의원 824명을 합하면 모두 3751명이다. 대략 1인당 경비를 300만 원으로 잡으면 매년 112억 원이 든다. 임기 4년이면 450억 원가량이다.

300만 원은 자신의 지역구 웬만한 경로당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지원할 수 있는 비용이다.

역시 지역구 경로당에 부족한 난방비로 보탠다면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기에 부족함 없는 돈이다. 달리 계산하면 자신에게 표를 준 폐지 줍는 할머니의 1년 소득과 맞먹는다. 그는 하루 끼니를 해결하고자, 또는 손자 학비에 보태고자 남들보다 먼저 종이상자를 차지하려고 새벽부터 거리로 나와 6∼7시간을 일한다.

당연한 권리로만 생각했던 국외연수. 늙고 병든 몸, 그 천근같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새벽 찬 거리로 나서는 할머니의 마음, 그 이상의 무게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유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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