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계로 안 될 땐 운동장 걷기·격리조치…
도교육청·국가인권위원회 고교 전수조사 3529건 확인

경남도교육청이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와 함께 도내 199개 전 고등학교 학교 규칙을 전수조사한 결과,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규정이 다수 확인됐다.

'복도에서 선생님을 만날 땐 약 6보 전방에서 정중히 목례로 인사한다', '훈계만으로 선도할 수 없을 때 운동장 걷기·격리조치·특별과제 부과 등을 통해 스스로 반성하게 한다'는 규정은 물론 '교복 하의는 완전히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 3회가 가능해야 하며, 바지를 무릎 위 10㎝까지 올릴 수 있어야 한다' 등 복장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사례도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8월부터 10월 초까지 학교 규칙을 학생생활규정, 선도규정, 학생자치규정 등 3개 분야로 구분해 조사를 했다. 199개 고교 전수조사 결과,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지적된 사항은 학생생활규정 1716건(49%), 선도규정 1225건(35%), 학생자치규정 588건(16%) 등 모두 3529건에 달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학생생활규정에 관심이 많은 현장 교사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만든 '학생생활규정 표준안'을 각 학교에 배포했다. 표준안에는 두발(제4장 제12조) 관련 '학교 구성원(학생·교원·학부모) 합의를 통해 결정하되, 학생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반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송기민 부교육감과 간담회에 참석한 고교 학생회장 170명이 이구동성으로 학교 머리카락 규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학교 규정에 학생 요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지적 이후 도교육청은 도내 고등학교 학교생활규정 전수조사와 컨설팅 계획을 세웠다. 도교육청은 이번 전수 조사 결과를 학교별로 안내해 내년 2월까지 개정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허인수 도교육청 학생생활과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도내 고등학교가 용의 복장, 학생 임원 자격 등을 과도하게 제재하는 것이 확인됐다. 또 아직도 남녀 차별적 생활태도를 명시하거나, 학생들에게 과도한 예절을 요구하는 등 시대에 뒤처진 내용도 다수 있다"며 "학칙 개정 컨설팅을 통해 학생이 학교 주체로 바로 서는 등 학교가 민주시민 교육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학교 규칙 제·개정을 위해 18일 진주교육지원청 대강당, 19일 창원대학교 종합교육관에서 도내 전 초·중·고 교감, 업무담당 부장교사 등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