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영국행 앞두고 비보
시멘트서만 살다간 24년
에버랜드 21일까지 추모

국내 마지막 북극곰 통키가 영국에 가지 못하고 숨졌다.

동물원의 충격적인 사육실태를 고발한 북극곰 '통키'는 11월에 영국 야생공원으로 떠나 여생을 보내기로 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에버랜드는 스물네 살 수컷인 북극곰 통키가 지난 17일 오후 6시께 숨졌다고 18일 밝혔다. 실내방사장에 숨져있는 것을 사육사가 발견했다.

▲ 지난 6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북극곰 통키(24살·수컷)가 더위를 식히며 얼린 꽁치를 먹는 모습. /연합뉴스

에버랜드는 "서울대 수의대 병리학 전문가에게 의뢰해 18일 새벽까지 부검을 한 결과 '노령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에버랜드는 더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고자 조직병리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통키는 지난 1995년 마산 돝섬 동물원에서 태어나 1997년부터 에버랜드에서 살았다. 북극곰 수명이 약 25년인 것을 고려할 때 노령이었다. 통키는 국내에 남은 유일한 북극곰으로 동물원의 반동물적인 사육실태를 알린 북극곰으로도 유명했다. 특히 북극곰은 해상포유류 가운데 가장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동물로 동물원 사육시 동물복지 차원에서 보호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달랐다.

▲ 지난 6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북극곰 통키(24살·수컷)가 더위를 식히며 얼린 꽁치를 먹는 모습. /연합뉴스

규정에 따르면 북극곰 마리당 사육 총면적은 최소 500㎡여야 한다. 또 125㎡ 면적에 흙과 지푸라기, 나무껍질 등을 덮어줘야 하고 내실은 최소 75㎡ 이상, 곰 1마리 추가 시 25㎡ 면적이 추가돼야 한다.

하지만 통키가 산 에버랜드는 시설을 갖추지 못한 동물원이었고, 해외 전문가들과 논의 끝에 오는 11월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 야생공원은 4만㎡ 북극곰 전용공간을 보유한 생태형 동물원으로 통키가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이었다.

요크셔 야생공원 북극곰 전문 수의사 조나단 크랙넬은 "통키가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영국까지 여행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끝내 통키는 시멘트 위에서만 살다 죽었다.

▲ 지난 6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북극곰 통키(24살·수컷)가 더위를 식히며 얼린 꽁치를 먹는 모습. /연합뉴스

동물권단체 케어는 무더웠던 올여름에도 외부사육장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등 북극곰 처우 개선에 의지를 보이지 않은 에버랜드를 질타했다. 이권우 케어tv PD는 "에어컨이 없음에도 낮 시간대 외부사육장에 있던 통키다. 마지막 가는 날까지 마케팅으로만 이용당한 채 죽었다"면서 "사육장에서 죽을 건강상태였다면 비행기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에버랜드는 통키의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을 등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극곰은 코끼리, 돌고래, 유인원과 함께 대표적인 동물원 부적합종으로 꼽히는데 통키의 삶은 지구온난화 문제와 전시동물 문제를 복합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통키는 우리 안에서 계속 같은 곳을 도는 정형행동을 보여왔다.

▲ 지난 6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북극곰 통키(24살·수컷)가 더위를 식히며 얼린 꽁치를 먹는 모습. /연합뉴스

에버랜드는 "통키가 17일까지도 잘 생활했다"며 "하늘나라에서 통키가 행복하길 기원하며 21일까지 5일간을 추모기간으로 지정해 북극곰사 주변에서 추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버랜드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통키의 부고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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