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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적은 신생 극단, 거창 연극제는 '아픔'

밀양푸른연극제 참가한 '불의전차'
"몇 달을 매달려 준비했는데 취소 통보 정말 잔인했어요
배우는 무대 서야 힘을 얻죠 그 절실함 알아주길 바라요"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8년 10월 18일 목요일

지난주 밀양푸른연극제(5∼9일)에서 젊은 극단 하나를 만났다. 젊은 우수연극 초청작으로 작품 <연애사>를 무대에 올린 극단 불의전차다. 서른두 살의 대표를 빼면 단원 14명 모두가 20대, 그리고 이제 겨우 창단 4년째인 신생 극단이다.

▲ 불의전차 단원들 /극단 불의전차

"제가 28살 때 창단을 했어요. 활동은 주로 대학로에서 해요. 처음에는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연극 작업을 하면서 만난 동문이 사회에 나와서 우리끼리 팀을 만든 거였어요. 한 3년 지나니 다른 학교 출신도 단원으로 받고 있죠."

극단을 만든 변영진 대표의 말이다. 서울 대학로에서 활동하지만, 이들은 항상 무대가 목마르다. 묵직한 연륜의 배우도, 그렇다 할 인맥도 없는 새파랗게 젊은 극단이 오를 수 있는 무대란 게 사실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 변영진 대표 /극단 불의전차

"지난해 여름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서바이벌 '창조경제 공공극장 편'에서 1등을 했어요. 그때부터 젊은 연극인들이 저희 극단을 좀 알아봐 주기 시작했고요. 그거 아니면 우린 사실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의 준말,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이에요. 하하하."

이들이 지난 8월 거창국제연극제 국내 경연에 참가한 이유도 극단 이름을 좀 알려보자는 거였다.

"젊은 연극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경연이란 게 거창국제연극제, 춘천연극제, 서울미래연극제, 대한민국신진연출가전 정도뿐이에요. 해마다 100개 넘는 젊은 극단이 지원을 한다고 들었어요."

경연 참가팀에 주어지는 지원금은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 특히나 지역 연극제라면 15명 단원 숙박비도 되지 않는 돈이다. 1등을 해서 상금을 받지 않으면 고스란히 손해로 이어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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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불의전차 <낙화> 포스터 /극단 불의전차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연극제 경연참가작을 공모했고, 3월 극단 불의전차의 <낙화>를 포함한 8팀을 선정해 발표했다. 대상작에는 1000만 원의 상금이 걸렸다. 연극제를 한 달여 앞두고 갑자기 개막이 일주일 연기됐다. 일정을 조율하지 못한 3팀은 포기하고 5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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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불의전차 <낙화> 공연 장면 /극단 불의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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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불의전차 <낙화> 공연 장면 /극단 불의전차
하지만 개막을 일주일 앞둔 7월 26일 거창군의회 234회 임시회에서 거창국제연극제 지원 명목으로 추가된 예산 5억 원이 삭감됐다. 상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결국 국내 경연은 취소됐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경연 취소 통보를 받은 것은 개막을 며칠 앞둔 저녁,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서다. 불의전차와 비슷한 처지의 젊은 극단 '창작집단 꼴'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취소 통보였다.

"정말 잔인한 일이었죠. 한동안 엄청난 좌절감이 밀려왔어요. 이후 저희한테 보상금으로 30만 원 주신다고 했는데, 일부러 안 받았어요."

대신 이들은 당시 배우와 스태프 17명의 최저 시급, 경연을 준비하면서 쓰였던 연습실 대관료, 소품, 숙소 위약금을 포함해 1162만 4350원을 거창국제연국제에 요구했다. 물론 받지 못할 돈이라는 건 잘 안다. 다만, 얼마나 절실하게 준비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자신들이 들인 노력에 충분히 공감하고 그간의 사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진실 담긴 피드백'을 받고 싶을 뿐이다.

▲ 연극 <연애사> 한 장면 /극단 불의전차

올해 거창국제연극제는 일부 초청작 위주로 축소되어 진행됐다. 관객도 많이 찾아 흥행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불의전차는 마음이 씁쓸했다. 이들은 힘들게 연습한 <낙화>라는 작품을 그냥 사장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거창국제연극제 마지막 날에 맞춰 서울에서 공연을 했다. 포스터에는 '제30회 거창국제연극제 경연참가 무산 작'이란 문구가 적혔다. 단 1회로 끝난 공연이었다.

"배우들은 무대에 서야 힘을 얻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거든요. 저희가 열심히 연습한 작품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공연을 무대에 올린 제일 큰 이유였어요."

이들은 이참에 우리나라 연극제 경연 방식도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한 편 올리려고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과 돈이 드는데, 고작 지원금 몇백만 원을 주는 건 아니라고 봐요. 차라리 페스티벌 형태로 전환하고 참가팀에 적절한 지원금을 주는 식으로 하면 좋겠어요."

밀양푸른연극제 참가작 <연애사> 무대를 준비하는 불의전차는 젊은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내 마음이 짠했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거창국제연극제 지원 예산 파행의 후유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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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