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남대부 금3·은1·동
3배승현, 시련 딛고 3연패
이희섭, 도쿄올림픽 기대

경남 복싱이 전국체전에서 매서운 주먹맛을 과시했다.

17일 전북대 익산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99회 전국체전 복싱 남자고등부·남자대학부 결승에서 경남은 금 3(고등부 미들급 배승현·헤비급 권성훈, 대학부 플라이급 이희섭), 은 1(고등부 라이트급 김현서), 동 3개(고등부 라이트플라이급 강덕경·플라이급 고영우, 대학부 웰터급 김평중)를 수확했다.

금빛 펀치만큼이나 빛난 건 이들 사연이었다. 대표적인 선수는 배승현(경남체고 3). 이번 대회로 전국체전 3연패를 달성한 배승현은 양궁으로 스포츠에 입문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양궁을 하다 2학년 때 복싱으로 종목을 바꾸었다. 멋있어 보여서, 살을 빼고 싶어서 시작한 복싱은 곧 그의 전부가 됐다.

▲ 제99회 전국체육대회 남자고등부 복싱 미들급 결승 경기가 17일 오후 전북 익산시 전북대학교 익산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결승 경기에서 경남 배승현(경남체고 3년·오른쪽)이 경북 김대현의 안면에 강력한 라이트훅을 작렬시키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강한 체력과 연타 능력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시련이 닥친 건 올해 초다.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 수술 위기까지 몰린 것. 훈련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기량도 하락했다.

다행히 수술은 받지 않았지만 그는 상반기를 넘기고 나서야 다시 링에 설 수 있었다. 6월에는 올해 첫 대회를 치렀지만 돌아온 건 패배의 쓴맛 뿐이었다. 동시에 슬럼프도 찾아왔다. 두려움이 커졌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했다.

당장에라도 링을 떠나고 싶었던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코치·부모·동료들의 격려였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그는 7월부터 주말도 반납한 채 훈련에 매진했다. 결과는 대성공. 고교생 신분으로 뛰는 마지막 대회인 이번 체전에서 그는 대회 3연패를 완성했다. 올해의 아쉬움을 털고 '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는 배승현. 전국체전 10연패와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는 그의 도전은 이제 다시 시작됐다.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이희섭(마산대 1)은 전국체전과 '좋은 인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 대한복싱협회장배에서 1위, 울란바토르컵 국제복싱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이희섭은 경남을 넘어 전국을 대표하는 이 체급 강자. 고교생 때 금 2, 동 1개를 따기도 했던 이희섭은 처음 출전한 대학부에서도 금빛 레이스를 이어갔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말 체육교사의 권유로 복싱을 시작한 그는 고1 때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그런 그를 바꾼 대회가 전국체전이다. 2015년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이희섭은 이후 제 컨디션을 되찾고 훈련에 매진, 전국체전을 비롯한 각종 대회를 석권하기 시작했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특유의 리듬감이 돋보이는 이희섭은 늘 '즐기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밝혔다. 다가올 올림픽에서도 이희섭의 금빛 펀치를 기대해볼 만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