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부동산업자에 속아 사기 계약
허망하게 깨져버린 노부부의 귀촌 꿈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고향 가까이 살고 싶어 귀촌을 준비하던 한 60대 부부는 최근 깊은 실의에 빠졌다.

수십 년을 다녔던 직장 퇴직금과 푼푼이 모은 적립금을 털어 고향 가까운 곳에 허름한 시골집을 마련해 나름의 농촌생활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러나 귀촌의 꿈은 시작부터 냉혹했다.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찾아 처지에 맞는 시골집을 의뢰했고, 부동산 중개업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촌집을 권유했다. 부동산업자를 따라간 곳은 함안군 법수면 윤외리 남강변. 정확하게 말하자면 법수면 윤외리 66-1번지 외 2필지에 걸쳐진 104㎡ 터에 주택건물과 부속건물이었다. 비록 국유지인 하천부지에 불법건물이지만 널따란 창고까지 사용할 수 있어 주변 국유지의 텃밭과 함께 나름의 시골생활에는 불편 없이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는 곧장 매매대금 7700만 가운데 1000만 원의 계약금을 주고 매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계약을 마친 당일, 슬레이트지붕 철거를 위해 관할 행정기관을 찾아 해당 지번을 검색하니 중개사와 건물주인이 설명했던 등기부등본상의 집터는 90% 이상이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에 걸쳐져 있었다. 또 계약한 실제 지번의 땅은 국유지인 국가하천에 속해 사실상 재산가치가 전혀 없는 주택임을 확인했다.

즉시 사실을 알리고 계약 무효를 요구했으나, 땅주인은 오히려 계약위반을 주장하며 계약금 반환을 거부하는 행태를 보였다. 더구나 물건을 소개한 부동산 중개사는 자격증도 없는 무자격 업자였고, 물건 소유는 부인명의지만 남편이 주인행세를 하며 계약을 성사시켰던 것이다.

부부는 억울함에 못 견뎌 사법부 힘을 빌려 계약금 반환 절차를 위해 부동산업자와 땅주인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함안경찰서는 사기 혐의와 중개사법 위반 혐의가 의심된다며 각각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정확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다시 관할 경찰서로 되돌려 보냈다.

여기서 경찰의 오락가락 조사가 피해자의 억울함을 가중시킨다. 무등록 부동산 업자는 공인중개사법 '명칭사용'에 대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을 달았고, 매매를 주도한 땅주인에게는 적극적인 '기망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을 통보했다.

'기망 행위'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때"를 일컫는다. 즉, 매매행위자는 상대방에게 물건의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고지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팔려는 물건의 지번이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라고 설명했더라면 누가 그 물건을 취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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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는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의 꿈을 저버린다면 찌든 도시생활로 다시 U턴해야 할까? 60대 부부는 오늘도 가슴 졸이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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