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무서운지 모른다며

다그치시던 아버지

함부로 겁 없이 나선다고 야단만 치셨지요

사실 저는 겁쟁이였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에

겁 대신 따뜻한 용기가 생겼어요

어릴 때 우리 사남매 앉히시고는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잖아요

한 개는 쉽게 부러지지만

여러 개가 모이면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고

3·15가

4·19가

유신철폐 함성이

부마항쟁이

하나하나 작은 씨앗이 모여

그 지난한 시간 속에

부러지거나 꺾이지 않고 자란

한 그루 나무, 민주주의

저기 보세요 아버지

하나의 촛불이 두 개의 촛불이 되고

두 개의 촛불이 세 개 네 개의 촛불로

거대한 횃불이 이루어져

새로운 내일로 가는

저 광장을요

※강원도 강릉 출생. 시집 <그래도 맑음>이 있 고, '객토문학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