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성찰 계기 됐던 단식 경험
재충전 필요하다면 비우길 권해

"한 사람이 영적으로 성장하면 온 세계가 성장한다."

간디 선생 어록이다. 2006년 여름, 태어나 처음으로 5일 단식을 결행할 때 내 영혼을 흔들어 깨운 말씀이다. '평마공동단식'에 참여했을 때 이야기다. 일반학교 문화에 깊이 습(習)들어 살다가 산청 간디학교에서 대안학교 교사로서 거듭나던 시절.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고정관념'이라는 것, 바둑판에서는 훈수를 둬도 함께 살아보지도 않고 남의 삶에 함부로 훈수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절히 깨달았던 시절. 비우고 내려놓지 않으면 당장 쓰러질 것 같이 절박했던 그 시절에 나는 '생명 평화 살림 단식'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때 이후 간디학교 재직 4년 동안 7일 단식을 두 번 더하고, 해인사 백련암에서 삼천배 수련도 서너 번 했다. 눈물과 땀으로 뒤범벅된 참회와 성찰의 시간을 지나 비로소 내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허욕과 욕망, 무지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분별하며 세상 탓, 남 탓하며 살던 습관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 간디학교에서 충전된 그 힘으로 태봉고 4년을 잘 버텨낼 수 있었다.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나부터 바뀌지 않으면 세상을 바꾸기는커녕 내 가족, 내 교실, 내 이웃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세상이 온통 흙탕물이라고 삿대질하며 냉소와 은둔에 젖지 말고 곧바로 그 흙탕물과 함께 흘러 스스로 맑아져야 한다는 것을! 내가 먼저 좋은 '샘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내가 먼저 그 좋은 샘물 길어 올리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야말로 어둠을 탓하는 것보다 촛불 한 자루 밝히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온몸과 마음으로 깨달았다.

천만 가지 이론이 있다 한들, 그 어떤 탁월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아이들을 만날 때는 이론과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눈빛과 가슴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을! 한 아이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끝까지 듣고 또 들어줘야 한다는 것을! 단식을 통해서 비로소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을 가슴 깊이 각인하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과 실천도 시간이 지나면 방전되고 약발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재충전이 필요하다. 2011년 가을 태봉고에서 학생들 폭력 문제를 성찰하며 10일 단식을 했다. 이후 7년 동안에도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사이 내 영혼도 지치고 이끼가 끼었나 보다. 자꾸만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보이고 종종 남 탓하는 버릇이 도졌다. 내 영혼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또다시 온전히 비울 때가 왔다는 신호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비움의 계절이다. 들판이 비어야 곡간이 찬다. 몸과 마음을 비워야 영성이 살아난다. 다시 깊은 침묵에 들어 재충전하고 싶다. 그래서 '금주 100일'과 '5일 단식'을 결심했다. 마침 단식에 동참하려는 벗들이 있어 큰 힘이 난다. 단식은 '살림'과 '채움'을 전제로 하는 '비움의 잔치'다.

우리는 일상의 업무를 그대로 보면서 아침저녁으로 만나 '생명평화 100대 서원 절 명상'을 할 것이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나와 무관한 것이 없고 나 아닌 것이 없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천지는 나와 더불어 한 뿌리요, 만물은 나와 더불어 한 몸"이라는 말씀을 깊이 묵상할 것이다. '생명 평화 살림 단식'으로 이 가을에 다시 원기를 회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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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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