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지역색 탓 부실 조사
국민공감·역사 재평가 기회
다양한 기념사업 추진 필요

1979년 10월 18일 부산에 이어 마산에서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선 민주항쟁이 발발한 지 39년이 됐다. 부마항쟁은 1960년 4·19혁명을 이어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종말을 불러오는 계기가 됐고, 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그리고 촛불혁명까지 잇는 디딤판이 됐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에서 4대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받지만,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지 못한 유일한 민주화운동이다.

▲ 부마민주항쟁 당시인 1979년 10월 18일 마산에서 첫 시위가 벌어졌던 경남대학교.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국가기념일 지정 왜 안 됐나 =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은 국가기념일이다. 부마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늦어진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1979년 부마항쟁 이듬해 발생한 광주 5·18민주화운동이 희생자가 많은 등 피해 규모가 컸기 때문에 부마항쟁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낮았다는 분석도 있다. 또 1990년대 들어 경남·부산지역에서 보수성향 정치색이 짙어진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부마항쟁 관련 진상규명법 제정이 너무 늦었고, 진상조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으며 그런 배경에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정성기 경남대 교수는 "1990년대 김영삼 정부 때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박정희 신드롬이 일었다. 김대중 정권 때는 DJP연합, 노무현 정부 때는 보수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마산과 부산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진상조사를 할 수 없었다"며 "표를 의식한 박근혜의 약속 때문에 그나마 부마항쟁보상법이 만들어지고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의지가 약했고 부실조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진상규명위 위원과 실무위원이 추가 임명되는 등 진상조사 의지를 가지게 됐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 보고서가 나와야 관련 당사자는 물론이고 경남·부산 지역민을 포함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범시민추진위원회 공동대표단도 "그동안 다른 항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희생자 수 때문에 민주항쟁의 역사에서 제대로 된 평가와 자리매김을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 부마민주항쟁 당시 마산에 투입된 공수특전단 모습.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시민과 행정 관심이 중요 = 부마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려면 무엇보다 시민 인식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마항쟁을 기억하는 시민은 많지 않다.

한국민주주의연구소는 전국 성인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12월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 시민의식종합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민주화운동을 묻는 질문에 2.4%(24명)만이 부마항쟁을 꼽았다. 의식 형성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에 대해 부마항쟁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0.8%(8명)에 그쳤다.

창원시는 지난 2016년 부마항쟁이 일어난 10월 18일을 시 공식기념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기념사업회에 영화제·전야제·채록사업 등을 지원하는 것 외 시민 관심을 높이려는 작업은 여전히 부족하다. 시 관계자는 "기념식을 제외하면 시에서 주최·주관하는 사업은 없다"며 "내년 40주년을 기념해 인지도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부마항쟁이 일어난 창원(마산)에서도 이를 기억할 만한 공간조차 많지 않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광주와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마산지역 발원지인 경남대에 있는 시원석, 마산합포구 해운동 서항공원 내 조형물이 고작이다.

광주에는 전남대 5·18기념관, 5·18민주평화기념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이 있다. 특히 2020년 40주년을 앞두고 전남대 정문에서 5·18기념관에 이르기까지 기념공간을 잇는 '민주의 길'도 조성 중이다.

앞서 부산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39주년 기념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은 "부마민주항쟁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이 대한민국 4대 민주항쟁을 제대로 기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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