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효과 121만 명? 연구용역 '뻥튀기'…정확한 수요 예측 않으면 실패 불보듯

창원시와 경남도 관계자들이 참석한 '부산항신항 LNG벙커링터미널 입지 관련 간담회'가 지난 9월 20일 김지수 도의회 의장 주재로 열렸다. 창원시 진해구 연도가 갑자기 LNG벙커링터미널 터로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이에 따른 주민 반발과 창원시 불만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한 창원시 관계자에 따르면 입지 선정 연구용역을 수행한 교수가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신항 내 LNG벙커링터미널이 들어서면 앞으로 30년간 생산 유발 효과 368조 원, 고용 유발 효과 121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121만 명이면 가구당 인구를 2명으로 잡아도 242만 명이라는 창원시 인구의 두 배가 훌쩍 넘는 거대 신도시다. 1조 원 규모 사업에 이런 효과를 제시하니 쓴웃음을 지은 이들이 적지 않았단다.

창원시 창원신항사업소 관계자는 "정부(해수부)가 전형적인 구시대적인 뻥튀기 연구용역을 내놓고는 이걸 기준 삼아 입지를 선정하겠다면 누가 그걸 믿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연구용역 수행 당시 지역주민과 창원시와는 사전 협의나 의견 수렴이 거의 없었던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용역 주요 내용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15년 12월 발간한 <LNG추진선 도입에 따른 항만의 대응전략>에 기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에 처음으로 LNG벙커링 육상터미널 구축과 '파이프라인 투 십(Pipeline to Ship)'을 해야 LNG 단가 경쟁력을 지닌다는 제안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해운업계 요구와는 다소 배치된다. 선주사들 대부분 하역과 동시에 LNG 연료주입을 선호해 '십 투 십(Ship to Ship)'을 선호한다. 선주사 요구에 민감한 대형·중형조선사 연구원들 의견도 같았다.

수요 예측 문제도 있다. LNG추진선이 늘어나도 부산항신항에 얼마나 입항하느냐가 중요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추진선 증가로 부산항에 LNG벙커링을 할 설비는 꼭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증가세라면 굳이 대형 저장시설을 상당수 갖춘 터미널까지 필요할지 모르겠다. 통영LNG인수기지를 활용하고 그 돈(1조 원)으로 벙커링 선박을 몇 척 더 사는 게 훨씬 경제적일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의 연구용역을 수행(2015년 11월 발표)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벙커링 원가에 추가돼 현재 수입가보다 더 비쌀 수 있다. 이러면 해당 사업은 막대한 손실만 남긴 채 실패로 끝날 수 있다"며 "정확한 LNG추진선 규모 전망, 냉철한 자체 경쟁력 분석 등으로 한국이 판매할 LNG 벙커링 규모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책은행 연구기관이 LNG벙커링터미널 구축과 입지 선정에서 무엇이 핵심인지 이미 지적한 셈이다. 해수부가 이 핵심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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