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 당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 유치준 씨에 대한 현장조사가 연기된 가운데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진상규명위원회에 실질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사업회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가 현장조사·인터뷰 등 진상조사를 했으나 의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위원·실무위원이 추가 임명되고 조사관이 새롭게 파견되는 등 의지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업회는 고 유치준 사망과 관련한 문제도 제기했다. <부마민주항쟁 10주년 기념 자료집>과 일치하는 고인의 제적등본에 의하면 타살이 분명한데, 당시 공안당국이 왜 수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사업회는 "가해자가 공권력이 아니라면 왜 고인의 신원을 파악하고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불법으로 부검·암매장했으며, 10·26사태 이후에야 가족에게 알리고 시신을 인도하게 했는가"라고 물었다.

사업회는 진상규명위에 타살 여부와 가해자 정보를 얻기 위해 사후 부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업회는 "검찰·경찰 및 당시 중앙정보부·국군보안사령부 등 공안당국의 사망자 자료는 지금까지 숨기고 있는가, 파기됐는가"라며 "사망 일시·장소 및 당시 시위·진압 정황에 대한 증언에도 고인의 부마항쟁 관련성 및 공권력에 의한 타살을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가"라고 했다.

사업회는 "이번 진상조사의 진정성·합리성이 부마항쟁 진상조사 전체 진실성을 판단하는 시험지로 본다"며 "제기한 의문에 대해 유족·관련 단체들이 수긍할 만한 답변을 내놓기 위해서는 조사 원칙과 함께 장단기 계획을 가지고 관련자·관련 단체와 긴밀히 협의하며 다양한 형태의 조사를 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진상규명위는 16일 유치준 씨가 사망한 장소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용마동창회관(옛 대림여관·당시 마산시 산호2동 316-4 새한자동차 앞 도로변) 인근에서 현장조사를 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연기했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시민단체·언론 등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일정을 변경했다.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 당시 마산자유무역지역 인근 옛 경남모직 공사장 노동자로 일했던 고 유치준 씨는 '부마민주항쟁 10주년 기념자료집', 고 유치준 씨 제적등본, 1996년 창원지방검찰청이 작성해 총무처 정부기록보존소로 이관한 '검시사건부' 등에 따라 부마항쟁 당시 경찰의 폭행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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