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타고 날고 '오감만족'터키
우연히 만난 현지인과 동행
비잔틴문명 꽃피웠던 케코바
2000년전 물속으로 자취 감춰
휴양지로 유명한 욜루데니즈
패러글라이딩·보트투어 체험
볼거리·즐길거리 많아 행복

터키 카파도키아 '괴레메'를 떠나 인근에 있는 '데린쿠유 지하도시'를 방문했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가진 '데린쿠유'는 깊이 85m까지 내려가는 지하 8층 규모의 거대한 지하도시다. 종교적 핍박을 피하기 위해 숨어든 기독교인들이 예배당, 교육기관, 침실, 식당, 마구간, 창고 등을 만들면서 도시가 시작됐다. 까마득히 잊힌 곳이었는데 어느 날 잃어버린 염소를 찾아 헤매던 한 농부가 동굴 입구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고 한다. 옛날에 약 2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깜깜한 지하도시에서 가축을 키우며 생활했다니 그 어려움이 어떠했을지 짐작만 할 뿐이다.

데린쿠유를 떠나 다시 지중해 도시 '안탈리아'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길에 '아폴로 신전'으로 유명한 '시데'라는 도시에도 들렀다. 지금은 터키에 속하지만 과거 이곳은 그리스 땅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리스 아테네에 가면 볼 수 있는 오래된 신전들이 터키 곳곳에도 세워져 있었다. 이날 아들과 함께 아폴로 신전에서 바라본 석양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 주유소에서 만난 오마르씨와 함께

◇물 속으로 가라앉은 도시 케코바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기 위해 잠시 주유소를 찾았다. 현지인 한 분이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인사를 나눴다. 그분 이름은 '오마르'라고 했다. 오마르 씨는 터키 최대 명절인 '쿠르반 바이람' 기간 동안 혼자 터키 국내 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같이 여행하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우리는 당연히 함께 가겠다고 대답했다.

오마르 씨는 터키 현지인들만 아는 곳으로 갈 거라며 지도를 펼쳐 들었다. 천천히 앞서 갈 테니 안전하게 따라 오라고 했다. 우리는 오마르 씨를 따라 시골길을 달렸다. 고개를 몇 개 넘으니 바다가 보였고, 조그만 어촌이 나타났다. 항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모여 있었다. 오마르 씨는 보여줄 것이 있다며 함께 배를 타고 나가자고 했다. 항구 옆 한적한 곳에 오토바이를 주차한 후 우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조금 후 웃음을 머금고 나타난 오마르 씨는 조그만 배를 싼값에 섭외했다면서 우리에게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따라가니 항구 구석에 조그만 배가 보였다. 배를 운전하는 선장님은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셨고 배에는 우리 세 명 그리고 또 다른 여자 손님 세 분만 있었다. 여자손님들은 오마르 씨가 배를 싸게 전세내기 위해 항구에서 직접 섭외하신 분들이었다. 작은 배는 천천히 바다로 향해 출발했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배는 어느 섬에 도착했다, 섬 이름이 '케코바'라고 했다. '케코바'는 터키 남서부에 위치한 섬이다. 찬란한 비잔틴 문명을 자랑했던 '케코바' 반도는 2000년 전 지진 때문에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반도의 남은 부분이 '케코바' 섬이 됐다. 그래서 'sunken city' '가라앉은 도시'라고도 불린다. 투명한 물 아래로 고대 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신기하게도 성벽이며 돌담, 거리, 계단 등이 바닷속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 옛날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바닷속에서 걸어 나올 것만 같았다. 우리는 배를 안전한 곳에 대고 2시간 동안 물속에 들어가 수경을 통해 가라앉은 도시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 가라 앉은 수중도시 '케코바'

다시 항구로 돌아왔을 땐 어느 새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명절기간이라 숙소 잡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오마르 씨가 안내해 주니 정말 편했다. 한 시간쯤 달려 미리 전화로 예약한 캠핑장에 도착했다. 터키부터 시작되는 유럽의 캠핑장은 시설이 아주 좋았다. 샤워장, 수영장도 갖추고 있었다. 짐을 풀고 텐트를 친 후 깨끗이 씻은 후 오마르 씨와 같이 바닷가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지중해로 이어지는 난간이 있었다.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곳에서 저녁을 먹으며 와인을 한잔하고 있으니 비로소 유럽까지 여행 온 게 실감이 났다. 집에 있을 딸과 아내도 이 시간을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살짝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는다.

◇볼거리·즐길거리 많은 터키

다음날 아침 터키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욜루데니즈'를 향해 떠나기로 했다. 오마르 씨도 같이 가면 좋았겠지만 다른 곳에서 갑자기 약속이 있다면서 따로 가야 한다고 해서 아쉽지만 헤어졌다. 오마르 씨의 도움으로 터키에서도 좋은 인연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도착한 '욜루데니즈'는 유럽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관광지다. 이곳에 가면 꼭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패러글라이딩이다. 한국에서의 패러글라이딩은 대개 수백m 높이의 산 위에서 타고 내려온다. 하지만 여기서는 2000m 산 정상에서 욜루데니즈 해변까지 타고 내려온다.

한국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이곳이 패러글라이딩 성지로 통하는 그런 곳이다.

카파도키아에 있는 황현정 씨의 소개로 해변가의 많은 관광여행사 중 한 곳을 찾았다.

나는 패러글라이딩과 보트 투어를 예약했다. 다음날 아침 산 정상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승객 중 절반은 우리와 같은 여행객이고, 나머지 반은 패러글라이더 조종사였다. 정상의 이륙장에 도착했지만 구름에 가려 산 아래 바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의 파트너 조종사는 능숙한 솜씨로 패러글라이더를 펼쳤다. 나도 헬멧을 쓰고 복장을 갖춰 조종사 앞에 섰다. 금방 이륙을 알리는 "고(go)! 고(go)!" 소리가 들려왔다. 몇 발자국을 떼자 몸이 금세 하늘로 둥둥 떠올랐다.

우리는 구름 속을 헤치며 나갔다. 조금 있으니 흐리던 시야가 갑자기 또렷해졌다. 발 아래 도시가 조그맣게 보이고 욜루데니즈 비치 모래사장도 아주 작게 눈에 들어왔다. 조종사는 나를 즐겁게 해 주려고 일부러 빙빙 돌면서 내려왔다. 그는 잠깐씩이지만 조종레버를 나에게 주어 직접 조종을 해보게끔 해주셨다. 30분쯤 비행하다 우리는 안전하게 해수욕장 모래사장 위에 착륙했다.

▲ 보트투어에서 진행된 선상파티

다음 날엔 보트투어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백사장으로 나갔다. 배 여러 척이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날 우리는 아들 지훈이를 위해 제일 크고 멋진 해적선 모양의 배를 예약했었기에 배 모양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블랙펄'의 모습과 같았다. 150여 명이 승선했다. 동양인은 지훈이와 나 단 둘뿐이었다. 배는 영화의 배경음악과 함께 출항했다. 보트투어는 근처의 섬에 가서 자유 수영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총 6개의 섬에 들렀라. 며칠 전에 갔던 '가라앉은 도시' 케코바와 비슷한 곳도 있었다.

첫 번째 섬에 닿아 배를 정박하고 수영을 했다. 물이 맑아 바닥까지 깨끗하게 보였는데 나는 물밑에 뭔가 반짝이는 물건을 보여 대략 깊이 6m쯤 되는 바닥까지 내려갔다. 바닷속에서 반짝이던 물건은 다름 아닌 시계였다. 나는 국내에서 전국바다수영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을 정도로 남들보다 조금 더 물하고 친숙하다. 시계 상태를 보니 빠진 지 얼마 안 된 비싼 스마트워치였다. 시계를 잃어버린 사람이 혹시나 우리가 탄 배에 있지 않을까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시계를 들어 보이며 주인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때 어떤 한 아저씨가 자기 거라며 찾아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분은 물이 너무 깊어서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수영을 잘하는 아빠와 아들로 금세 유명해졌다. 하루 종일 섬을 옮겨가며 수영하고 먹고 마시며 놀았다. 터키는 알면 알수록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 나라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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