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외고 여자 소프트볼
한국국제대 여자축구
'동아리'로 전국체전 출전

15일 오전 9시. 전북 익산시 익산리틀야구장에서는 전국체전에 출전한 진주외국어고와 전남 대표 순천강남여고의 소프트볼 여자 고등부 경기가 펼쳐졌다. 1회초 선공에 나선 진주외고는 3자 범퇴로 물러났다. 이어진 강남여고 공격에서 대거 8실점하며 무너졌다. 2회에도 진주외고는 3자 범퇴였고, 2회말에 9점을 내줬다. 3회초 다시 3자 범퇴로 끝나면서 경기 자체가 끝났다. 0-17 콜드게임패.

경기는 프로선수와 초등학생 간 경기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전력 차가 뚜렷했다. 진주외고 수비 때 오죽 답답했으면 누심이 "서둘러라" "빨리해야지"라고 가르쳐줄 정도였다.

전국체전은 각 시·도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종목별 선수들이 출전해 고장의 명예를 걸고 승부를 펼친다.

그런데 익산시를 비롯해 전라북도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제99회 전국체전 경남대표단에는 승리가 아니라 출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선수도 있다.

진주외고 소프트볼 동아리 선수들이 15일 오전 익산리틀야구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여고부 경기가 끝난 뒤 기념촬영을 했다.

진주외고 소프트볼팀은 사실 협회에 등록된 정식 팀이 아니다. 물론 교기도 아니다. 그저 소프트볼이 좋아 모인 동아리다. 훈련은 수업이나 시험, 그 밖의 다른 일정에 밀려 가장 후순위.

출전하면서 처음부터 승리하겠다는 욕심은 접어두고 왔다. 평소 실전훈련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에 이번 체전에서 엘리트 선수들과 실제 경기를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기념사진 촬영, 장비 정리 등을 하면서도 우울하거나 분하다는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고 다들 활짝 웃고 있었다.

주장 여미지(3학년)는 "원하는 만큼은 안됐지만, 함께 땀 흘리고 웃으며 즐겼다"고 말했다.

이 학교 소프트볼 동아리는 지난 9월 창단했다. 처음에는 18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1명이 남아있다.

지난해까지 김해생명과학고 소프트볼 코치로 있던 김대성 코치가 팀이 해체되면서 여고 소프트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다가 진주외고에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게 계기였다.

지난 14일 오후 1시 40분. 월명주경기장 축구장에서는 여자대학부 축구 경기가 열렸다. 경남 대표 한국국제대와 전남 대표 세한대의 대결이었다.

한국국제대 여자축구도 그저 운동이 좋아 뭉쳐 함께 땀 흘리는 동아리다. 전국체전 대진 추첨에서 1차전을 부전승으로 올라온 한국국제대지만, 승리는 언감생심이었다. 그저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한 출전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패배였다.

하지만 한국국제대는 엘리트 축구팀을 상대로 전반 1골을 넣는 선전을 펼쳤다. 물론 전반에만 5골을 내주고 후반 추가 골을 헌납했지만, 동아리 팀이 넣은 골은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14일 김제시체육관. 세팍타크로 여고부 예선에서 경남 한일여고와 강원 횡성여고가 맞붙었다. 경기 결과 한일여고가 세트스코어 0-2(15-21, 13-21)로 졌다. 하지만 아깝지 않은 경기였다. 역시 정규 팀이 아니라 동아리였기 때문이다. 동아리가 전문 선수들과 맞붙어 10점이 넘는 득점을 2세트 연속으로 얻어냈다는 것만 해도 큰 성과였다.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통한 도전 못지않게 노익장(?)의 투혼도 빛났다.

경남럭비OB가 부산 대표 부산대와 맞붙어 17-75로 패했다.

경남럭비OB는 지난해 12월 경남럭비협회 소속으로 창단했다. 정규 팀이기는 하지만 주로 진해고에서 럭비를 경험한 선수들이 대부분이고, 전문 선수는 드물다.

지난 2014년 진해고 럭비부가 해체되고 나서 럭비 동아리로 운영됐는데 그 동아리 출신이 많다.

질 것을 알면서도 출전해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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