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각지대 이주노동자' 기획을 5차례 보도했다. '노동현장에 이주노동자가 많은데, 이들의 근로 환경은 괜찮을까'라는 의문에서 기획을 시작했다. 국내 노동자가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건강권이 훼손당했다고 기자회견을 할 때 그곳에 함께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어떤지 묻고 싶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30여 명이 숨지거나 다친 현장에 이주노동자도 있었지만 이들이 어떤 조치를 받았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는 없다. 또, 납중독으로 고통받는 한국 노동자와 함께 일한 이주노동자 추적조사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기획 취재를 하면서 국내외에서 다친 이주노동자, 사망한 이주노동자 가족, 이주노동자를 지원·연구하는 이들을 차례로 만났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는 가장 취약한 곳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하다 다치거나 죽었다. 이주노동자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기에 정확한 산재발생률 통계조차 없지만, 최소 2배부터 6배까지 국내노동자보다 산재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낡은 기계를 그대로 사용하다 누군가 다쳐야 기계를 바꾼다고 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산재를 당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보상도 없었다는 이가 많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한국에서 '철야'라는 말을 계속 듣고 살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인도네시아 말로 비슷한 발음의 '처리야(CERIA)'는 '즐겁게 하다'라는 뜻이어서 들을 때마다 씁쓸했다고. '빨리빨리'도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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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들이 이뤄져서 이주노동자가 '철야'가 아닌 '처리야'를 유쾌하게 외칠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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