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 형식적인 의결
뒤늦은 홈페이지 공개
여행 겹쳐 외유성 논란

양산시의회(의장 서진부)가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 5박 7일 일정으로 국외연수를 떠날 계획이지만 절차를 무시한 준비과정과 외유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수에는 시의원 17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9명은 전원 참여하지만, 자유한국당은 2명만 동행해 원 구성부터 시작한 갈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산시의회 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칙'에 따르면 공무국외여행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해 연수 필요성과 타당성 등을 심의하도록 했다. 심의위는 연수를 위해 출국 15일 전까지 여행계획서를 제출받아 의결하고, 의장은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회는 출국 15일 전까지도 여행계획서를 공개하지 않다가, 취재에 들어가자 11일에야 공개했다. 시의회는 일부 기관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홈페이지 공개가 미뤄졌다고 해명했지만,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계획서를 심의위에 제출한 셈이다. 이 때문에 심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또 지난 1일 열린 심의위는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 시의회는 심의위에서 통상적으로 찬반을 묻는 수준으로 회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별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연수를 막고자 규칙까지 제정해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했지만 정작 실효성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문제인 외유성 논란은 연수 목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개한 계획서에 따르면 외국견문을 넓혀 의정역량을 강화해 양산시 발전을 도모한다는 추상적인 목적이 나와 있을 뿐 구체적인 국가 선정 배경이나 연수 주제를 파악하기 어렵다. 외국 선진 도시기반·복지·상수도·문화관광 시설 등을 시찰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방문기관에 맞춰 연수 동기를 끼워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일정을 보더라도 5박 7일 일정 가운데 도착과 출발일을 제외하고 4일은 말레이시아 여행자 센터·시티갤러리·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뉴워터상수도수질관리사무소·노인복지시설 보티엔 등 일부 기관 방문을 포함했지만 나머지는 일반 여행 상품과 겹치는 곳이 대부분이다.

시의회는 참석 의원과 상임위별 관심사를 반영해 일정을 마련하다 보니 다양한 기관 방문을 추진했다고 해명했지만, 일부 기관은 일반인도 자유롭게 견학할 수 있는 홍보·전시관 성격이어서 전문성 있는 연수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서진부 의장은 "제한적인 비용과 인력으로 연수를 준비하다 보니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비용 문제로 일반여행사를 이용할 때 일부 외유성 방문지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연수를 계획하며 동료 의원과 함께 모범적인 연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고서 작성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논의한 만큼 결과물을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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