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스스로 만들어야"-공무원 "뚜렷한 상 없어"
'업무 피로감'등 볼멘소리…노조위원장 "소통 필요"

김경수 지사의 혁신 행보가 정작 '도청' 앞에서 느려지는 듯한 형국이다. 지난 100일 동안의 김 지사의 도정 스타일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도정 혁신은 직원이 스스로 주체가 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피로감'의 근원을 찾아 개선하겠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 도정혁신의 뚜렷한 상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외부 자극만 지속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도청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도정 혁신의 상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김 지사와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고 일만 많아졌다"는 공무원들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조직 개편을 기점으로 한 도정혁신의 힘으로 경제혁신과 사회혁신을 밀고 나가야 하는 김 지사로서도 그렇고, 자칫 잘못하면 '복지부동의 관행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공무원들 처지 역시 딜레마적 상황에 직면해 있는 모습이다.

취임 초 김 지사가 내건 '3대 혁신' 중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던 '경제혁신'은 의외로 순항하고 있다. 당장 지표로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스마트 공장 보급을 통한 제조업 혁신과 서부경남 KTX 조기 착공 등의 사안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경제혁신의 목표와 과제는 어느 정도 뚜렷해졌고, 조선 경기 역시 서서히 살아나면서 자신감이 붙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와 정무직 공무원들의 업무스타일을 문제 삼는 불만이 새어나오면서 도정혁신이 진통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경남도청 공무원 게시판 등에는 이와 관련한 십수 건의 게시물이 올라 있다. 특히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신동근 위원장은 15일 김 지사와 '도시락 미팅'을 하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공무원들의 건의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지시가 명확하지 않고, 이유 없이 결재가 미뤄지는가 하면, 각종 위원회의 토론회가 가중할 뿐 아니라, 과도한 자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등이 '업무 피로감'의 이유였다.

이 같은 노조 의견을 감안한 듯 이날 김 지사는 간부회의에서 "보고서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보고서다. 불필요한 참고 자료를 붙이는 건 지양하면서 스마트하게 일을 풀어나가는 게 도정혁신 차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한 김 지사는 이날 삼일회계법인과 교보생명 등에서 인사·조직 파트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해온 이용석 씨를 4급 상당 '도정혁신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김 지사는 "도청 직원 스스로 해나가는 혁신을 추진할 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외부 전문가의 도움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도정혁신 보좌관'을 임명한 날 공교롭게 노조 위원장은 도정 혁신에 따른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 사항을 지사에게 들고 간 셈이다.

신동근 위원장은 "오해 아닌 오해일 수도 있지만, 각종 위원회 토론만 많고 비서실에서 결재가 막히고 하니 불만이 누적되는 거 같다. 이러다 보면 정무직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일을 안 할 수도 있다. 우리 역시 무조건 공무원들 이익만 이야기를 할 때는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지사를 믿고 가야겠지만, 서로 적응하고 절충하는 차원의 의견 교환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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