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으면 남에게 빚을 내서라도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수단은 쓰임새를 줄이는 것이다. 경남도가 내년 살림살이를 위해 20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키로 계획을 세운 것은 경상경비나 시급하지 않은 개발사업을 속도 조절하는 방법으로 지출을 줄이고 또 줄이더라도 차액을 보전하는 데는 미치지 못해 취해진 궁여지책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빚을 얻어서라도 민생과 관련한 복지 확장은 중단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는 대의명분 이 그 근저에 자리 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전임 지사 시절 건전재정을 달성하겠다며 추진한 야심 찬 포부가 막상 열어보니 긴축 일색으로 판이 짜인 나머지 꼭 써야 할 돈도 금고에 갇힘으로써 상대적으로 도민 이익이 위축되었다는 자성론이 채권발행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여겨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채를 발행하여 얻은 빚으로 예산 회계상의 모자람을 메운다면 기념목에 대리석 팻말까지 새겨 자축했던 채무제로의 위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게 관심사로 떠오른다. 그로 해서 도의 곳간이 적자로 추락하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도는 채무제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재정 운용상의 무리수를 거론하는 반면 나중에 얻어쓴 빚을 어떻게 갚을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변상할 때가 돌아오면 저절로 변통이 되기야 하겠지만 정확하게 말해 그건 아랫돌 빼서 윗돌 막는 구조다. 다음 세대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지방채를 발행하면 우선 숨쉬기는 편하겠으나 미래 경남 후세들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누가 후임이 되든 걸림돌로 작용할 것은 틀림없고 중요한 것은 갚아야 할 주체가 도민이라는 점이다. 찬반양론이 대두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도는 의회의 심의와 통과절차에 전념하고 있을 터나 그보다 먼저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채무제로의 허구성을 필요 이상 논점으로 삼아 반발심을 자극하느니보다 채권발행의 불가피성을 공론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우호적 여론을 지향하는 편이 좋다. 동시에 국비 확보에 전력을 쏟아, 되도록 발행의 규모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곁들여야 할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