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은 딴세상 얘기…"쉴 권리 보장해야"
노동자 절반 주 1회 휴무
24시간 철야작업도 빈번
인니 이주노동 전문가
"사업장 안전성 높여야"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많은 이주노동자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서 일한다. 이주노동자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 학자들은 더 나은 노동환경을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근무 시간 축소, 인권 향상 등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센터인 CIMW(Center of Indonesian Migrant Workers) 티우르, 이맘 활동가, 가자마다대학 경제학과 라티 교수, 한국에서 일한 이주노동자 등을 만나 인터뷰했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가자마다대학에서 이주노동 문제를 연구하는 라티 교수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인권침해 등 기본부터 개선을 = CIMW는 1983년 교회에서 인도네시아 농부, 어부를 위한 단체에서 출발했다. 비영리기관인 이 단체는 점차 확대해 이주노동자를 돕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정부 기관에 이주노동 신청을 하기 전후에 CIMW를 상담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CIMW 사무실에서 만난 티우르, 이맘 활동가는 이주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과 인간다운 삶터를 지키기 위한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 자료를 보면 이주노동자 설문응답자 1178명 중 절반가량(49.5%)이 1주일에 1일 쉰다고 응답했다. 1주일간 52시간 초과한다는 응답자가 57.4%로 조사됐다. 68시간을 초과하는 이주노동자도 7.7%나 됐다.

티우르 씨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 등에 이주노동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면서 이주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에 아예 이주노동을 중단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 청년들이 인도네시아 안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도네시아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하는데, 노동자를 손쉽게 외국으로 보내려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IMW 티우르(오른쪽)와 이맘 활동가.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CIMW는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 노동자를 외국으로 보내는 것을 그만해주세요', '인도네시아 내에서 일하게 내버려 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을 위해 떠나는 항공 터미널을 아예 봉쇄해달라며 '이주노동자들이 떠나는 제3터미널을 닫아주세요'라는 문구를 적어서 피케팅을 하기도 했다.

티우르 씨는 인도네시아 현지에 한국어학원이 폭발적으로 늘 정도로 한국 이주노동을 선호하는데, 이주노동을 지속하려면 한국에서 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CIMW에는 이주노동을 가고자 하는 청년들이 떠나기 전에는 한국 문화 등에 대해 상담을 하고, 다녀온 후에는 돌아와서 어떻게 적응을 할지에 대해서 상담하러 온다. 그런데, 주노동자들이 국가 간 MOU 체결로 한국에서 일하는 시스템은 투명하지만 한국 기업에서 당하는 욕설 등 인권침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함께 만난 CIMW 이맘 람풍지부장은 "한국 임금이 인도네시아보다 7배 이상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고용허가제로 5년 정도 돈을 번 인도네시아인이 현지에 돌아와서 돈을 허투루 써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 그래서 다시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미등록 노동자로 남아서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며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주노동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센터 CIMW 내부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장시간 노동문제 해결해야 = 지난달 21일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가자마다대학에서 이주노동 문제를 연구하는 라티 교수와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이주노동자도 장시간 노동 문제를 지적했다.

라티 교수는 지난 2008년 안산, 부산, 구미 등에 있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를 만나고 한국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작업하는 것을 보고, 일하는 시간, 월급 등에 대해서 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기계, 중장비에 치이고, 화상 등을 입는 산업재해가 많았던 부분이다. 기계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경우, 일하다 넘어지는 경우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라티 교수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일하다 사망하는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다. 이곳 대학이 있는 족자카르타에서만 2년 사이 2명이 사망했고, 제조업·어업 등 분야에서 노동자가 부상을 많이 입고 있다"며 "한국 사업장에서 안전성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티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일한 노동자를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을 물었을 때 '빨리 빨리'라고 대답한다. 또, 사업장에서 고장 난 기계를 미리미리 고쳐서 노동자가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 여기에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시간을 줄여서 노동자들이 더 쉬면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만난 인도네시아인들도 장시간 노동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대구 비닐 제조공장에서 일한 니아 레스타리(29) 씨는 "주말 휴일이 없었다. 계속 일만 했다"고 말했다.

우따미(맨 오른쪽) 씨가 한국에서 일하다 다친 손가락을 보여주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2013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한국에서 일한 우따미(33) 씨도 "청주에서 양 가죽을 정리하는 일을 했다. 일요일은 24시간 일을 했는데, 그 점이 가장 어려웠다. 야근에 시달리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손가락 2개가 기계에 빨려 들어가 부러졌다"고 말했다.

2015년까지 5년 가까이 한국 제조업체에서 일한 밤방(34) 씨도 "한국은 하루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24시간 철야 근무가 종종 있었다. 인도네시아 말로 '처리야'(ceria)라는 말이 '즐겁게 하다'는 뜻인데, 밤샘 일을 하는 철야와 발음이 비슷해 인도네시아인들끼리 '처리야'라고 말하며 씁쓸하게 일했다"고 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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