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한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 "오늘 예쁘다."

친구의 결혼식이 있던 그날 내가 했던 말들이다. 이제는 하나둘씩 자신의 짝을 찾아 결혼하고 아내가 된다. 나 역시도 다음 달에 결혼식을 앞두고 있기에 친구들의 결혼식을 다니며 미리 공부하는 중이다.

포항에서 결혼했던 친구를 보기 위해 나는 새벽부터 준비해 고속버스를 타고 또 시내버스를 타고 정말이지 3시간이 넘는 기나긴 여정을 이겨냈다. 친구의 결혼식은 나의 고생을 씻어 내려 줄 만큼 예쁘고 뜻깊었다. 폐백을 열심히 하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며 나는 같이 간 언니와 함께 뷔페를 먹으면서 친구의 예쁜 모습을 담았던 사진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했다. 주인공인 친구는 폐백을 마치고 어여쁜 한복차림으로 인사를 다녔고 나에게도 반갑다는 웃음을 지으며 왔다.

나는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친구들과의 피로연 자리가 없는지 말이다.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결혼식과 자연스럽게 따라오던 피로연이지 않은가. 결혼을 준비하는 나에게 엄마는 말했다. "피로연이 결혼식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으면서 신랑을 괴롭히기도 하고 신부에게 노래를 시키면서 신혼부부의 애정을 시험했지 호호호, 엄마는 노래를 잘 불러서 아빠가 발바닥을 덜 맞았잖니? 히히히."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피로연에 대해 기대감이 있었나 보다. 나는 내 결혼식 때 피로연 자리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친구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고 모든 결혼식이 정리되고 나서 신랑과 가볼 생각이었다. 물론 신랑 친구들과 내 친구들의 합동 피로연이기에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이라 상상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당연히 친구에게도 물었던 것이었다.

친구는 "요즘 누가 피로연을 해~, 나는 그런 거 전혀 준비를 안 했는데? 뷔페 맛있게 먹고 가" 하고 말했다. 같이 모였던 친구들은 모두 조금은 실망한 눈치였다. 특히나 신랑 측 친구들을 소개받고 싶어 했던 솔로 친구 1, 2, 3은 실망을 넘어서 울 것 같았다. 나 역시 조금 섭섭했다. 식이 끝나고 뷔페를 먹는 약 2시간이 끝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아쉬웠다. 결국,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우리만의 뒤풀이를 가졌다.

즐거웠던 결혼식 피로연 문화가 요즘에는 사라지고 있다. 신부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신랑의 발바닥이 불타는 피로연, 친구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친목의 장은 이제 없다. 서로 간의 정보다는 그저 형식적인 축하로 번지는 것 같아서 슬프다.

나는 사라지지 않게 만들 작정이다. 피로연을 준비했다. 친구들이 나의 결혼식에 와서 대접받는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만들었고 친구들과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준비한 만큼 친구들이 만족하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나는 사라져 가는 우리의 정 나눔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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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는 말보다는 하길 잘했다는 말을 들을 것이고 우리의 정을 중요시할 것이다. 물론 별것 아니라는 사람이 태반일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께서 느끼신 그 정을, 친구들과의 축제를 느끼고 싶다.

결혼식은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하받고, 축하해 준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는 자리이기에 우리 모두 사라져 가는 그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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