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추진선·벙커링 집중투자 "2025년 중심국가 도약"
LNG운반선 독주 국내조선, 재액화기술 세계최고 자부
상선·레디십 발주 증가세...인프라 구축땐 더욱 늘 듯
벙커링시설 과반이 유럽...싱가포르·일본·중국 등 동북아 무역항 최대 경쟁국, 벙커링 주도권 싸움 본격화
정부 산업활성화 방안 발표 LNG추진선 100척 도입 등 13조 원 신산업 창출 기대...올해 관련법률 정비

국내 조선업계는 세계 최고의 LNG 운반선 건조 기술력과 경험치를 바탕으로 LNG연료추진선 분야 산업 주도권 확보를 자신한다. 또한, 올해 5월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종합 정책을 발표하면서 LNG연료추진선-LNG 벙커링(연료주입) 선박-LNG 벙커링 터미널-핵심 기자재 국산화 등으로 이어지는 관련 산업 육성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의 자신감 = 올해 7월 말 수주잔고 기준 한국 대형 조선 3사(이하 빅 3사)는 LNG운반선(Carrier) 시장의 73.5%를 점유했다. 또한, 7월 말까지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한 대형(17만㎥) LNG운반선 36척 모두를 국내 빅 3사(현대 15척·대우조선 12척·삼성중공업 9척)가 독식했다.

올 9월 열린 국제LNG콘퍼런스에 참가한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연구위원들은 선주사가 우려하는 LNG 연료탱크 내 기화(증발가스·Boil Off Gas·BOG) 손실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저마다 세계 최고의 완전재액화시스템을 이미 갖췄다고 자부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10일 "국내 대형조선사들은 세계 최고·최대 LNG운반선 건조 경험과 능력을 쌓아 대형 LNG저장탱크 내 증발가스(BOG) 손실을 거의 줄이는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 이를 저장탱크보다 작은 연료탱크에 적합하게 바꾸면 돼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LNG추진선 얼마나 있나 = LNG추진선 건조 현황을 보면 미래 시장성이 보인다. 노르웨이선급(DNV·GL)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 기준 전 세계 운항 중인 LNG연료추진선은 124척, 발주·건조 중인 선박이 133척이다. 운항·건조를 합쳐 모두 257척이다. 국내 조선사가 최근 몇 년간 수주한 LNG추진선은 현대중공업그룹 6척(탱커 6척, 올해 5월 기준), 삼성중공업 10척(셔틀탱커 8척·유조선 2척, 올 9월 기준)이다. 또한, 현재는 LNG추진선이 아니지만 추진선으로 개조하기 쉽게 설계한 'LNG 레디십(Ready Ship)'이 111척으로 갈수록 는다. 물론 2014년 운항·건조 합계 68척보다는 제법 늘었지만 클락슨리서치 등 국외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의 과거 예측치보다는 증가세가 더디다. 올 7월까지 HFO를 쓰고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이 개조·신조 포함 전 세계 873척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최근 현대상선이 초대형 발주(3조 1000여억 원 규모)를 한 대형·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2만 3000TEU급 12척·1만 5000TEU급 8척)이 모두 'LNG 레디십'으로 건조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벙커링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지면 초대형 상선도 LNG를 더 많이 선택할 것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상선 발주 증가세도 눈에 띈다. 운항 중인 LNG추진선은 유럽 등지의 연안선이 많지만 건조 선박(133척)은 컨테이너선 21척, 석유·화학 운반선(탱커) 33척, 벌크선 3척 등 상선이 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스크러버 장착을 원하는 선주사가 아직 많지만 LNG추진선 문의도 꾸준하다. 현 추세라면 유의미한 규모의 LNG추진선 발주가 곧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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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연료주입(벙커링) 인프라 추이 = DNV·GL은 올해 6월 말까지 운영 중인 전 세계 LNG 벙커링 시설이 67곳, 설치가 결정된 곳이 26곳이라고 했다. 합쳐서 93곳이며, 이 중 55곳이 유럽이다.

해상 환경을 보호하고자 가장 먼저 LNG추진선을 운항한 유럽은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벨기에 지브리게항 등 13개 항만에서 이미 LNG 벙커링을 한다. 유럽연합(EU)은 LNG 벙커링 인프라를 2025년까지 139개 항만으로 확대하겠다고 2013년 1월 이미 밝혔다. LNG 벙커링선박 3척도 운영 중이며, 이 중 2척을 한진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이 만들었다.

세계 최대 환적 화물항이자 석유 벙커링 항만인 싱가포르 항은 2016년 LNG 벙커링 사업자 2곳을 선정했고, 벙커링선 2척도 발주했다. 석유에 이어 LNG 벙커링까지 사업 주도권을 쥐고자 분주하다. 일본도 2015년 벙커링 지침 제정, LNG 벙커링 허브항으로 요코하마항 지정, 벙커링 사업체 선정 등을 했다. 벙커링선도 한 척 발주했다.

중국은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2020년까지 내륙운항 선박의 10%를 LNG추진선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미 양쯔강 인근에서 연안선 대상 벙커링을 하고 있다. 세계 7대 컨테이너항 중 5곳을 보유한 만큼 연안 중심 경험을 쌓으면 벙커링 인프라를 무역항으로 확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LNG추진선 발주는 컨테이너선 등 상선이 많아지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신항 포함)으로서는 환적화물 최대 경쟁국인 싱가포르·일본·중국 항만의 이런 움직임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 LNG추진선·벙커링 관련 종합 산업정책 발표 = 이런 국외 움직임에 대응하고자 정부는 올해 5월 17일 'LNG추진선박 연관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그간 몇 차례 나온 정부 정책의 종합 판이다. 'IMO 2020'과 배출규제해역(ECA) 확대 등 해상환경규제 강화에 맞춘 해운·항만·조선산업, 기자재 국산화 정책이 포괄적으로 담겼다.

북유럽이나 미국이 자국 해상환경 오염 방지 차원에서 연안선이나 중소형 상선을 중심으로 LNG추진선을 만들었다면 우리 정부 정책은 대형 상선과 대형 항만, 그리고 기자재 등 연관 산업 확대·진흥에 초점을 맞춘 점이 다르다.

정부는 그간 핵심 기자재 국산화와 선박 탑재 실적이 부족하고, LNG추진선 관련 국제 네트워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체계적인 산업육성 기반 구축을 위해 유럽 등 주요 국가와의 정책 노하우와 정보 공유 체계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부(산업부·해수부)는 'LNG추진선박 연관 산업을 선도하는 친환경 해양국가로 도약'이라는 비전 아래 2025년까지 △국내 LNG추진선 100척(공공 30척·민간 70척) 도입 △중대형 LNG선 세계시장 점유율 70% 달성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 항만 5개 확보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5년까지 13조 5000억 원에 이르는 해양 신산업 창출을 기대했다. LNG추진선 수주로 10조 8000억 원, LNG 벙커링 사업으로 7000억 원, 5개 항만 벙커링 인프라 설치 2조 원 등이다. 이를 위해 △LNG추진선 도입 활성화 △LNG추진선 건조역량 강화 △LNG추진선 운영기반 구축 △국제 협력 네트워크 확대라는 4대 전략을 세웠고, 전략별 2개씩 8대 추진 과제를 수립했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관련 법·제도 정비는 되도록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강감찬 전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지난달 국제LNG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국내 LNG추진선 100대 도입과 함께 해운·조선산업 경쟁관계인 싱가포르와 일본, 중국 등도 LNG 벙커링에 대비하는 만큼 우리도 이 사업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도시가스사업법과 항만·해운 관련 법률 정비를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 기획기사는 경남테크노파크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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