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보호 못받아
민주노총·진보정당 등
'근로자'정의 현실화
ILO 협약 비준 촉구

지난달 19일 창녕 한 주택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무너진 기둥에 깔려 죽었다. 유가족은 산업재해를 인정받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 숨진 노동자는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특수고용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사무실이나 점포, 작업장 등 고정적인 일터가 없으면서 계약된 사용자에게 지시를 받아 사실상 종속돼 있지만, 노동제공 방법이나 시간 등은 알아서 결정하는 형태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개인사업자나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노동자다. 택배 기사, 화물차 기사, 수도검침원,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간병인 등이 포함된다.

노동적폐청산·노조할권리·사회대개혁총파업경남투쟁본부가 11일 경남도청 앞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승리,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문제는 이들 특수고용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택배 노동자는 각 대리점과 직접적 계약관계, CJ대한통운과 간접고용 형태다. 택배 기사는 법적으로만 따지면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7월 노조 설립 필증을 내줬지만,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자가 아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따라 노동자로 인정받은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법부의 판단을 받자며 소송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정의당, 노동당, 경남진보연합 등은 11일 오전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 노동자를 위해 △노조법 2조 개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노조법 2조의 '근로자'와 '사용자' 정의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정애(더불어민주당·서울 강서구 병) 국회의원이 특수고용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고자 지난해 2월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 핵심은 '계약형식과 관계없이 자신이 아닌 다른 자의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단결권·단체교섭권 원칙에 관한 협약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강제노동의 폐지에 관한 협약 등 4가지를 비준하지 않았다.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을 비준하면 방위산업체 노동자, 사내하청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정부와 국회의 방치 속에 250만 특수고용 노동자가 고통을 호소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우리는 앞으로 특수고용 노동자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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