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혁신·미래 교육 주춧돌 놓겠다"
재선 교육감 무게 더해져
낡은 관행·제도 타파할 것
주요 현안 충실히 공론화
도민·학부모와 소통 강화
부지런히 뛰며 신뢰 쌓고
교육운동가로 기억되고파

2014년 10월 8일. 4년 전 박종훈(58) 경남도교육감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 비유를 들었습니다. 먼저 '어린아이'입니다. 태어나서 100일이 지나면 인간으로 인정받듯이 경남 첫 진보교육감으로서 인정을 의미했습니다. 두 번째는 '매실주'입니다. 매실주는 100일이 지나면 씨에서 독성이 나와 열매를 건져내고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처럼 교육혁신에 발목을 잡는 관행과 제도를 과감히 버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2018년 6월 13일, 재선에 성공한 박 교육감이 2기 취임 100일을 무엇에 비유할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박 교육감은 "1기가 초보 운전자였다면 2기는 모범 운전자에 비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더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교육을 향해 혁신 드라이브를 걸 생각입니다. 최선의 경로를 찾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고객을 모시는 모범 운전자처럼 우리 아이들을 행복한 미래로 안내하겠습니다."

경남 어린이·학생·학부모도 숙련자임을 자신하는 운전자 차량에 탑승했습니다. 박 교육감의 취임 100일 행보를 통해 앞으로 4년 '최선의 경로'를 추적해봤습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경남도민일보와 취임 100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2기 취임 후 업무 지시, 추진력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1기 때와 달라졌다고 평가받는다면, 지난 4년간 경험과 학습을 통해 안목이 넓어지고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4년 전에는 진보교육감으로 출발은 했지만, 생각과 계획을 욕심대로 추진하면 대중과 분리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토양이 좋아졌고, 재선 교육감이란 무게가 더해졌기 때문에 혁신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선거기간 내내 '앞으로 4년은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골든타임'이라고 외쳤고, 도민의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좌고우면하지 않겠다. 나 자신부터 낡은 관행을 버리고 변화하고자 각종 예산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주요 현안 사업도 직접 챙기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낡은 관행을 과감하게 버리라고 당부했다. 지난 4년간 익숙해진 교육감으로 생각하지 말 것을 주문했고, 강한 개혁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예고했다."

-100일간 창원 북면 학교 신설,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재임 초반 이를 잘 해결하는 모습이 4년 운영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교육감이 북면에 학교를 꼭 지어줘야 할 책임은 없다. 하지만, 창원시 전체를 보고 교육감으로서 다수 학생이 합리적 동선으로 학교생활을 하도록 하는 건 교육감 책무다. 여러 차례 논의와 고심 끝에 가포고등학교 이전을 추진했지만, 반발이 심하고 가포고 재학생들의 학습 분위기 안정을 위해 모든 논의를 수능 이후로 미뤘다. 그 사이 손을 놓은 것이 아니라 2·3안을 검토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추진은 미래교육 기반과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교육정책이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휘되기 어렵다. 지난 9월 11일 학생인권조례안 발표로 공론화 과정이 시작됐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잘 다듬어 연말에 도의회에 제출하겠다."

-공약 이행을 위해 100일간 진행한 작업과 성과는.

"공약을 다듬어 가는 과정에 도민의 목소리를 담겠다고 약속한 만큼 시민사회에서 추천한 위원들과 함께 교육 백서를 준비했다. 지난 4년 성과와 과제를 분석해 경남혁신교육 2기 공약과 주요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비전을 만들었다. 교육감이 내건 공약 113건 말고도 시민사회가 제안한 30건 등 모두 143건 정책 방향과 비전을 담은 백서다. 정책 일관성과 강화를 위해 혁신교육 1기 사업을 확장·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해 2기는 지속사업(27개·59%)이 신규사업(19개·41%)보다 많다. 1기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역 주민 요구와 시대를 반영해 안전과 건강, 교육복지, 혁신교육 순으로 비중을 뒀다. 2기는 안전·친환경 교육 영역 공약 사업 수를 줄이고, 미래교육 영역을 신설해 교육자치 영역 공약을 강화했다. 지금은 공약사업별 이행 목표와 4년간 공약 이행 예산을 수립하는 중이다. 1기 때 공약 이행에서 '최우수'를 받았듯이 2기에도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교육감은 '소통'이 강점으로 꼽힌다. 도민과 학부모 여론은 주로 어떤 채널로 듣고 있나.

"매일 아침 출근해 언론에 나온 주요 기사를 읽으며 일과를 시작한다. 1기 때는 '500인 원탁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지만,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경남교육 대토론'을 통해 규모를 줄이고 18개 시·군 사랑방, 학부모 네트워크 강의 등 직접 부대끼는 소통을 강화하고자 한다. 학부모·학생·교원들의 정서를 읽어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임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하루 평균 100여 번 벨이 울릴 정도로 개인전화로 직접 피드백을 하는 분도 많다. 때로는 쓴소리를 하고, 현안에 좋은 해법도 제시하는 등 경남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기 때문에 모두 고맙게 생각한다. 체력은 타고난 것 같다. 계속되는 차량 이동에도 피곤한 줄 모르고 현장 곳곳에서 사람들과 만나며 에너지를 많이 얻는다. 한 분이라도 더 만나고자 부지런히 뛰었다고 생각한다."

-4년 뒤 경남교육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2기 취임식에서 밝힌 것처럼 책임·혁신·미래 교육의 속도를 높일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확대돼 학교급식, 교복과 체육복, 수학여행비 등에 대한 학부모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수업혁신 노력으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꿈틀대는 교실, 배려와 존중의 문화가 꽃피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미래교육테마파크와 진로교육원, 수학체험벨트와 신개념 도서관 설립으로 미래교육기반이 확충되고, 남북교육 교류사업으로 통일교육과 세계화 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다. 또 행복교육지구가 확대돼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책임지는 경남교육이 실현될 것이다. 그리고 4년 뒤에는 도민의 신뢰와 학부모님의 만족을 높이는 교육, 모두가 행복한 경남교육을 실현하는 주춧돌이 마련되기를 소망한다."

취임 100일을 맞아 경남도민일보 취재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박종훈 교육감.

-취임 기자회견에서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생각은 아직 유효한가.

"기억한다. 주위 권력 누수 우려에도 앞으로 4년간 수업 혁신에 매진하고 그 뒤로는 정치 근처에도 안 가겠다고 했다. 같은 의사를 두세 차례 밝혔더니 레임덕 가속화를 우려한 주변인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내가 먼저 얘기하지 않겠다고는 약속했다. (웃음) 하지만, 이는 나와의 약속이다. 앞으로 4년 모든 것을 쏟아내고 홀로 설 수 있도록 출퇴근 차량을 직접 운전하는 등 사소한 것은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 등교시간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하려고 노선을 익히고 있다. 정치인보다 교육 운동가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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