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 아파트 가격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창원시의 부동산 시장은 훨훨 날았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받으려고 밤새 줄을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은 TV를 통해서 전국으로 퍼졌고, 덕분에 강남불패처럼 창원불패란 유행어가 돌아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짓는 족족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있고, 완공된 지 한참이 지났건만 불이 켜지지 않는 집들이 넘쳐난다. 한마디로 공급과잉이다. 마창진 통합효과에 대한 환상과 거품이 빠지면서 투기꾼은 빠져나갔고, 실수요자는 공급을 소화할 사정이 아니다. 아파트 가격은 당연히 내려갈 수밖에 없어 겨우 한 채 장만한 이들의 이마에는 시름이 가득하다. 그런데도 창원 시내 곳곳에서는 아파트 건설공사가 끊이질 않고 있으니 이런 부조리가 없다.

주택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이란 징후와 문제점은 이미 예견된 것들이었다. 생활인들의 상식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을 정책 당국자나 전문가들이 몰랐을 리 없다. 기계금속산업과 자동차 부품, 조선업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창원시의 산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고 하락세를 밟아온 것은 꽤 된 이야기다. 인구유입도 줄어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 활동 인구의 주력들은 고령화되고 있다. 아파트 등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통적인 산업구조가 쇠락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도시의 정주 환경도 따라서 바뀌게 된다는 선례는 수도 없이 많다. 창원시가 표방하는 대로 기존의 제조업 중심 도시에서 첨단산업과 문화산업 중심 도시로 바꾸려면 도시정책과 주택정책을 손질해가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는 정체되어 주택공급은 충분한데 공급물량은 계속 쏟아지고 있고 빈집이 계속 생긴다는 것은 주택 수요가 달라지거나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은퇴자들이나 청년들에게는 분양 주택보다 임대 주택이 훨씬 필요하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벌어질 일에 대해 땜질하듯 넘어갈 게 아니라 대대적인 도시정책, 주택정책의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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