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손실률 저감·벙커링 인프라 확대가 성장 관건
연간 상선 연료비 배값의 6∼8%…연료 선택 중요
초저유황유, 개발단계인 데다 기존 연료보다 비싸
LNG 선박가격 비싸지만 환경규제 대응에 효율적

발전분야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수소연료전지까지 석탄·석유 대체 에너지원이 적지 않다. 이들 대체에너지원을 선박 연료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상선과 같은 큰 배를 움직이려면 태양광과 풍력은 대체재가 되기 쉽지 않고, 수소연료전지는 장기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운사, 선박 연료 선택에 골머리 = 해운업계는 여러 해상환경규제 중 2020년 1월부터 시행하는 황산화물 0.5% 이하 배출(IMO 2020)을 가장 민감하게 여긴다. 시행일이 채 1년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단계적 축소도 고려해야 한다. IMO와 각국 배출규제해역(ECA)에서 확대되는 질소산화물(NOx) 규제도 고민거리다.

대륙을 오가는 상선의 연간 연료비는 엄청나다. 특히 빠르게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은 '돈(연료) 먹는 하마'로 불린다. 현재 대다수 선박은 중유(Heavy Fuel Oil 또는 벙커C유·이하 HFO)를 연료로 쓴다. STX조선해양에 따르면 8일 현재 부산항과 미국 LA를 오가는 중형(MR급) 유조선(탱커)의 건조(신조선) 가격은 3650만 달러, 연간 연료비(HFO 사용·300일 운항 기준·하루 소모량 19t·벙커C유 t당 400달러 기준)는 약 228만 달러다. 연간 연료비가 배값의 6.24%다. 같은 노선의 1만 2000TEU급 컨테이너선 신조선 가격은 1억 달러, 연간 연료비(다른 조건 동일·하루 소모량 70t)는 840만 달러로 배값의 8.4%에 이른다.

해운사(조선사에는 선주사)로서는 건조하는 배값과 연료비 사이에서 꼼꼼한 계산이 필요하다. 연료 선택에 따라 적자·흑자를 판가름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LNG와 경합할 연료들은? = 해운업계는 해상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고자 △경유에 유황을 제거한 선박용 저유황유(Low Sulphur Marine Gas Oil·LSMGO)나 황 함유량을 0.5%로 더 낮춘 초저유황유(Very Low Sulphur Marine Fuel Oil·VLSMFO)를 쓰는 방법 △황 함유량 3.5% 수준인 중유(HFO)를 쓰면서 탈질산·탈황 장치를 엔진에 설치하는 방안 △LNG를 쓰는 방안 등 크게 세 가지를 두고 저울질한다. 해운사로서는 뭘 선택해도 기존보다 연료비가 더 든다.

이 세 연료를 비교해보면 초저유황유는 옥탄가가 낮아 연소가 잘 안 돼 중화제를 써야 하고, NOx를 줄이는 장치를 엔진에 장착해야 한다. NOx 저감장치는 폐기가스 재순환 장치(Exhaust Gar Recirculation·EGR)와 선택적 환원촉매 장치(Selective Catalytic Reduction·SCR) 두 종류가 있다. HFO는 NOx 저감장치에다가 탈황장치(스크러버·Scrubber)까지 필요하다. LNG는 SOx가 거의 나오지 않고, NOx도 HFO 대비 80%가 적게 배출돼 NOx·SOx 저감장치가 필요 없다. 여기에 초저유황유를 쓰든 HFO에 저감장치를 달든 두 연료 모두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LNG보다 많아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

박수한 경남TP 조선해양에너지센터 조선해양플랜트팀장은 "HFO에 NOx·SOx 저감장치를 단 선박은 연소 시 나오는 CO2와 별도로 스크러버 사용에 따른 찌꺼기(강산성 슬러지)가 나온다. 이 강산성 슬러지 처리도 이후 해상환경의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향후 처리 비용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HFO와 스크러버 사용에 따른 또 다른 잠재적 위험이다.

또한, 초저유황유는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연료다. 현재 저유황유는 시중에 나왔지만 초저유황유는 정유사들이 개발 중이다. 국내 정유사 중 SK이노베이션이 이를 개발해 조만간 판매할 계획이다. 더불어 얼마나 효율이 좋은지도 검증되지 않아 해운사를 망설이게 한다. 해운업계는 초저유황유 판매가격이 기존 연료(HFO)보다 최소 20∼30% 이상 비쌀 것으로 내다본다.

HFO는 NOx·SOx 저감장치를 장착해야 해 이 초기 투자 비용이 들고, 이를 장착할 공간이 필요해 초저유황유보다는 짐을 실을 공간이 줄어든다. LNG는 섭씨 -163도의 초저온·초고압 연료라서 고가의 각종 설비를 써서 초기 선박 가격이 20∼30% 비싼 점, 연료탱크가 커 공간을 많이 차지해 적재 공간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점, 상선용 LNG 연료주입(벙커링) 인프라가 절대 부족한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LNG 이외 대체 연료 고민도 필요 = LNG도 장기 대체 연료로는 고민할 지점이 있다. LNG의 CO2 배출량은 기존 연료보다 20∼30% 적지만 IMO가 정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그래서 배영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LNG는 단기적으로는 해상환경 규제에 대응할 가장 효율적인 연료"라며 '단기적'임을 강조했다. 또한, 엄항섭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원 원장은 "단기적으로는 LNG 관련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다양한 대체 연료도 고민해야 한다"며 "액화석유가스(LPG)와 메탄올(Methanol), 수소(Hydrogen)연료전지 등이 유력한 대체재일 수 있다. 특히, 최근 진수한 3000t급 잠수함인 장보고Ⅲ 1번 함(도산 안창호함)에 적용한 수소연료전지에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2018 국제LNG콘퍼런스'에서 이철중 한국선주협회 부산사무소장이 해운사의 연료 선택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점을 설명했다.

◇선주사가 말하는 연료로서 LNG 현실성 = LNG연료추진선과 벙커링과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이 실제 선주사 쪽에서 제시됐다. 이철중 한국선주협회 부산사무소장은 지난달 국제LNG콘퍼런스에서 한국선급(KR)이 실증한 선박 연료 관련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부산항과 미국 LA를 오가는 7850TEU급(중형) 컨테이너선(신조선)을 기준으로 연료별 추가 초기 투자비용과 연료 단가를 비교한 것이다. 초저유황유는 선박건조 비용 이외 추가 초기 투자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HFO를 쓰는 선박은 건조비 이외 NOx·SOx 저감장치 장착으로 초기 추가 투자비용이 790만 달러, LNG연료추진선은 선박가격이 가장 비싸 2100만 달러라는 초기 추가 투자비용이 든다. 연간 연료비는 초저유황유를 100으로 봤을 때 HFO가 82%, LNG가 67% 정도다. LNG는 공기보다 가벼워 잘 기화하는 연료특성상 연료탱크 내 기화로 생기는 연간 손실액은 LNG 연료 가격의 46.2%, 초저유황유 가격의 30.8% 정도로 봤다. 연료탱크 내 연료 손실률이 3% 정도라고 했다. 이처럼 연료탱크 내 기화에 따른 손실까지 포함한 LNG 단가는 초저유황유의 97.8%로 오히려 HFO보다 비싸다. 저감장치를 장착한 HFO 연료 선박의 추가 초기 투자비용 회수는 약 2년, LNG연료추진선은 약 7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 실증 연구에서는 초저유황유가 HFO보다 38% 더 비쌀 것으로 추정했고, LNG 단가는 올해 4월 일본 LNG 계약정보(JCC)를 기준으로 했다.

이 소장은 "LNG연료추진선이 재액화설비(Re-liquefaction System) 등을 갖춰 연료탱크 내 기화 가스 손실을 상당히 줄이고, 절대 부족한 벙커링 인프라가 확충돼 LNG를 넣기 쉬워지면 연료 단가는 현재 계산한 것의 77%까지 줄고, 추가 초기 투자자금 회수 기간도 2.3년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17∼19일 3일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국제조선해양산업전'에서 LNG를 연료로 쓰는 1만 4200TEU급 컨테이너선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선주사의 LNG 연료추진선 발주가 늘려면 당장 두 가지가 필요하다. 연료창에 재액화설비를 달아 연료손실률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와 항만별 벙커링 인프라 확대로 얼마나 연료를 쉽게 넣을 수 있느냐이다.

※ 이 기획기사는 경남테크노파크와 함께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